서울 국제 불교 박람회에 다녀왔다. 개막식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차드 맹 탄 구글 명상지도자와의 대담이 있었다. 먼저 차드 맹 탄의 강의가 20분 정도 진행됐다. 차드 맹 탄은 자신이 어떻게 구글에서 명상 지도를 하게 되었고 현재 명상지도자로서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공유했다. 행사 전 대기실에서 잠시 차드 맹 탄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는 매우 부드럽고 친절하며 겸손했다. 대화 중에는 위트와 함께 늘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강의하는 현장에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세계전통종교지도자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석하는 동안 여러 인터뷰를 했다. 그 중 카자흐스탄의 어느 한 기자가 “종교와 국가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당시 필자는 “국가는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 하고 국가의 권력과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답변만 짧게 남기고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당시 행사 기간뿐 아니라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올라온다.과거 왕정(王政)이나 신정(神政) 체제의 나라에서 종교의 다원주의와 독립성은 생각하기
이번 해에는 윤달이 들어 있습니다. 사찰에서는 윤달에 생전예수재를 지냅니다. 생전예수재는 특별기도인 만큼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포교라 생각합니다. 생전예수재를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지 고민하며 ‘보현행원품’ 독송을 기본 과제로 삼으려다가 우연히 과거에 독송했던 ‘예수시왕생칠경’과 ‘수생경’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이 경전은 분명 위경(僞經)입니다. 불교에 유교와 도교를 덧칠한 느낌이니 위경 중의 위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대 때 저는 위경은 가짜 경이어서 독송할 가치가 없고 오히려 생각을 오염시키니 있어서는 안 될 경이라
“스님, 이렇게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돼요?” 71세 되신 어머니와 통화 후, 나는 부처님 법 만나 출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가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만나는 이들에게 탐·진·치 삼독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알려주긴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출가한 이후로 대중 생활을 하면서 절에 오는 신도, 법회 참석자들에게는 부처님 법을 전할 수 있었어도 가족과는 만날 기회와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출가할 때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랐던 내 마음과도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행복의 길을 전하는 대상에서 가족을
올해 처음으로 부산 동명대학교에서 명상 강의 요청이 있어 해보기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의 강단에 선다는 것이 제게는 도무지 안 맞는 것만 같아 부담이 큽니다. 이력서를 내는데 훌륭한 논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석·박사 통합으로 4년간 수료한 것이 전부입니다. 얼마 전에는 공개강의를 했습니다. 다행히 스님이 하는 강의라 색다른 느낌이었는지 평가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앞으로가 염려되는 건 솔직한 심정입니다.저야 본래 스님이니 절에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에 있었으니 잠시 산에 가더라도 물로 돌아가면 그만입니다
대화라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에서는 고객 서비스 문의를 챗봇(Chat Bot)이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메신저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GPT-3라는 개방형 인공지능(Open AI)이 소개되면서 더 이상 ‘대화’는 인간들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대화상대 중에서 가장 힘든 유형이 ‘네’ ‘아니오’ 같은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이다. GPT-3가 나오기 전 대화형 AI는 이런 단답형이거나 정보를 그냥 추출해 주는 느낌이
인도의 부처님 8대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울산 황룡사뿐 아니라 법륜 스님의 정토회와 상월결사, BBS 그리고 상도동 보문사 등 많은 사찰과 단체에서 비슷한 기간에 서로 다른 일정으로 성지순례를 하였습니다. ‘열반경’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아난다야, 신앙심이 있는 신실한 사람이 실제 찾아가 보고 감격할 장소 네 곳이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 말해주겠다. 수행의 완성자가 태어난 곳, 수행의 완성자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곳, 수행의 완성자가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한 곳 그리고 수행의 완성자가 번뇌 없는 열반에 든 곳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행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나에게 있어서 수행도 마찬가지다. 탐진치로 얼룩진 번뇌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여정이다.오랜 시간 동안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정히 봐주기보다는 부정적이라 여기며 모른 척 회피하거나 눌러 없애기 바빴던 것 같다. 기쁨과 행복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듯 분노와 우울도 느닷없이 찾아온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쑥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을 내 것이라 붙잡는 힘이 점점 빠지게 되었고, 지금 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생각과
조계사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스님! 한 가지 물어봅시다. 대통령이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약간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니 그냥 “그러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5분 상간에 흥분해서 고함을 치십니다. 둘만 있는 택시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홧김으로 둘러싸입니다. 당신은 화를 내고 저는 들어주니 신이 나셔서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이를 어쩌나 하다가 마침 눈에 백화점 건물의 예쁘고 화려하게 치장된 불빛들이 보입니다. “어머! 저것이 뭡니까?”하고
언제가 방송에서 사찰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대부분 스님들은 아마 국수라고 이야기 할 것이지만, 필자는 단연코 두부이다. 두부 요리의 종류가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들기름을 살짝두르고, 겉면이 노릇노릇 될 때까지 구운 두부부침이다. 국수가 스님들을 웃게 만든다고 해서 승소(僧笑)라 불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두부 또한 오래전부터 사찰 음식을대표하는 것이고 승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음식인 삼소(三笑) 중에하나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필자의 사제 중에는 두부가 너무
사섭법(四攝法)이란 사람을 포섭하는 네 가지 방법으로 보시섭, 애어섭, 이행섭, 동사섭입니다. 보시섭은 말 그대로 보시를 많이 해서 포섭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보시는 평등 보시가 되어야 합니다. 스님과 신도는 평등합니다. 비구계를 수지한 부처님 제자이기에 더 존중하는 것이지 사람 자체가 더 높지 않습니다. 나이 많다고 더 높은 것도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고 어린이도 그 자체로 존귀합니다. 불교를 믿든 기독교를 믿든 그 자체로 존귀할 뿐입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평등하게 존귀합니다. 유교 이념이 세상을
거대한 꿈을 품고 출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 위함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홀로 있거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조화롭고, 행복을 나누며 살기를 바랐을 뿐이다. 출가 전에도 그랬고 출가 후에도 그랬다. 평안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전 구절은 중국 선종 3대 조사 승찬 스님의 ‘신심명(信心銘)’ 첫 부분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로지 가리고 선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