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융사 승혜 스님, 일본 국보 <<화엄종조사회전>> 출간
《화엄종조사회전》은 일본 화엄종의 대표적 고승인 묘에(明惠)스님이 구상하고 조닌(成忍)스님이 그렸을 것으로 추축되는 가마쿠라시대 초기(1,200년대) 두루마리 그림[繪券]으로 모두 6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4권은 의상 스님의 입당 구법 과정과 중국 처녀 선묘와의 설화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고, 나머지 2군은 원효 스님과 관련된 내용이다. 묘에 스님은 헤이안시대 말기부터 설화중심의 연기회권(緣起繪券)이 유행하자 종지적 특징과 관계있는 신라 화엄종의 조사전을 내용으로하여 포교적인 취지 아래 《화엄종조사회전》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엄종조사회권》은 현재 일본의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이 책의 출간은 몇 가지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첫째는 《화엄종조사회전》을 통해 일본 화엄종의 끼친 원효˙의상 스님의 영향을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감수한 김지견(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박사는 "나라시대의 일본불교는 삼국시대의 불교를 받아들여 발전했지만, 가마쿠라시기에 이르면 일본적 불교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밝히고 그런 때에 묘에 스님이 신라의 원효˙의상 두 스님을 모델로 해서 《화엄종조사회전》을 구상한 것은 두 스님의 종교체험에 공감하고 따랐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화엄종조사회전》이 원효˙의상 스님에 대한 국내 불교학계의 연구에 도움을 줄 자료라는 점이다. 일본에 간행된 원본을 본 적이 있는 몇몇 학자들만이 이 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을 뿐 정작 국내에는 이제까지 소개되지 못했던 자료라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이 책은 크게 《화엄종조사회전》의 그림을 실은 도판편과 이에 대한 다각적해석을 시도한 해설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해설편에는 가메다 스토무(龜田孜)의 △화엄연기에 대하여 △사서(詞書) △도판 해설 등과 가와구치하사오(川口久雄)의 `화엄연기의 설화', 이다 스가시(飯田須賀사)의 `화엄연기에 나타난 건축 수법', 오카다 조(岡田讓)의 `화엄연기에 보이는 공예품', 스기무라 유조(杉村勇造)의 `송대(宋代)의 풍속', 이시이 겐지(石井謙治)의 `화엄연기의 배(船)에 대해서' 등 모두 8편의 논문이 실려 있어 《화엄종조사회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번역자 김경남씨는 "《화엄연기》에 실린 글들은 미술사˙문학˙건축˙공예˙풍속˙선박관계의전공자들이 각자 《화엄종조사회전》을 연구한 논문"이라며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전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의 깊이를 기대할 수 없겠지만, 하나의 회화작품을 다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서로의 시각을 보강해 준다는 점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책"이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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