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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20년…이웃과 나누는 희망이야기

  • 교계
  • 입력 2017.12.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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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동안 부산 남천동에서 무료급식을 해온 극락선원이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11월27일 월요일 오전, 부산 KBS 맞은편 남천해변시장을 향하는 한 골목에서는 어르신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건물 몇 개를 지나 골목의 귀퉁이까지 돌아선 상황이었다. 행렬이 시작되는 지점은 주택과 식당 사이에 위치한 도심포교도량 극락선원. 제일 앞에 선 할아버지는 “새벽 5시에 왔다”고 말했다. 중간 쯤 되는 곳의 할머니는 “7시 넘어 도착했더니 여기”라며 아쉬운 미소를 보였다. 마침 관행 스님의 굵직한 목소리가 배식의 시작을 알렸다. “한 분당 하나씩 받으시길 바랍니다. 남기지 말고 다 드세요.”

부산 극락선원, 급식 화제
격주마다 300명에 급식
5월 부산시 선행상 수상
극빈층 지원사업도 진행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부산 남천동 극락선원(주지 관행 스님)의 무료급식이 화제다. 극락선원은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도량을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무료급식을 진행한다. 매회 적게는 200명, 많게는 400명까지 찾아와 사찰 주변을 가득 메운다. 공양장소가 마땅치 않아 마당, 옥상, 계단 등에서 공양을 해야 하지만 어른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극락선원을 찾는 이유에 대해 어르신들은 한 결 같이 “따뜻하고 기분 좋은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극락선원은 20년 전 주지 관행 스님이 도심 포교 원력을 세우고 부산 남천동 해변시장 내 소박한 포교당으로 개원할 때부터 무료급식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시장 주변에 노숙자나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스님은 “도량을 찾아와 공양 한 그릇을 청하는 이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며 음식을 나누기 시작한 계기를 회고했다.

재정이 넉넉지 않았지만 스님은 무료급식을 꾸준히 이어갔다. 공양주가 없으면 스님이 직접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다. 식재료 준비부터 배식, 설거지까지 직접 챙기며 무료급식소의 위생과 영양에 신경썼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10년 전 현 위치인 남천1동 주민센터 옆으로 이전하면서 무료급식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매일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사찰 재정이 넉넉지 않았다. 주 2회에서 주 1회로, 3년 전부터는 월 2회로 축소해 무료급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급식 당일만큼은 도량을 찾는 누구에게나 공양을 제공하면서 매회 300명이 찾는 무료급식소로 정착했다.

20년 세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침부터 줄을 서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언쟁이라도 생기면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빗발쳤다. 어르신들이 다녀간 이후 마을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것도 신도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무료급식에 쏟는 정성만큼은 한결 같았다. 급식 날짜가 가까워지면 신도들은 15~20명씩 조를 짜서 봉사자를 배정하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밥이 떨어지면 누룽지, 누룽지가 떨어지면 라면을 끓여서라도 굶겨 보내는 이들이 없도록 했다. 변함없는 정성에 자연스럽게 질서는 유지됐고 소리 없이 싱싱한 식재료를 도량 입구에 한가득 놓고 가는 주민들이 생겨났다. 이름 없는 보시금도 줄을 이었다.

극락선원은 무료급식뿐만 아니라 부처님오신날과 설, 추석에는 성금 300만원씩 연간 900만 원을 저소득 이웃 45세대에 전달했다. 또 연 2~3회 해외 극빈계층 후원사업도 전개하면서 지난 5월 ‘2017 상반기 모범선행시민 부산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관행 스님은 “비록 밥 한 그릇이지만 외롭게 지내며 끼니마저 거르는 어르신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051)628-7200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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