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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의 불교이야기 11-대둔사 비전(碑殿)

기자명 법보신문

몰상식한 불교유산 유린, 책임과 부끄러움 느껴

대둔사는 전남 해남 대흥사의 옛이름이다. 순 우리말로는 "한듬절"이다. 최근 이 절은 옛이름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대흥사라는 이름을 일제가 강제로 사용케 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 하겠다.

대둔사는 《동다송》과 《다신전》의 저자인 해동다성 초의聖대사와 일지암으로도 유명하지만, 서산대사가 의발을 남긴 곳으로도 이름이 높다. 전하는 말로는 서산대사가 이곳을 일러 "삼재(삼재)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며, 만년(만연)간 부서지지 않을 땅"이라고 했다 한다. 그래선지 대둔사가 자리한 두륜산은 산세가 매우 독특하다. 도량에 들어서면 사방이 산으로 빙 둘러싸여 있음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려면서도 신기하게도 동쪽과 서쪽에는 재가 있어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진다.

13대종사와 13대강사를 배출한 대둔사에서는 또한 천불전 앞 연못인 무염지와 일주문에서 해탈문에 이르는 중간의 비전이 꽤나 인상적이다. 비전에는 수십기의 부도와 탑비가 방문객을 반긴다. 세월만큼의 이끼를 묻히고 적당하게 자리잡은 하나하나의 부도나 탑비 앞에서면 절로 옷깃이 여미어지고 합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얼마전 이곳에 모셔진 서산대사의 부도 옥개석이 도난을 당했다고 한다. 성보박물관의 금동불상이나 법당의 조사탱화도 아닌 야외에 모셔진 석재부도를 몰래 차에 싣고 사라졌다.

50㎏이 넘는 돌을 오로지 돈이 될 것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한밤중에 훔쳐간 것이다. 어디에 가서 무엇이 되어 돈이 될는지 알 수 없으나, 도리어 화가 되지나 않을까 적이 염려가 된다.

서산대사께, 아닌 그곳에 모셔진 모든 선사들께 면목이 없다. 옥개석을 잃어서보다는, 돈때문에 타락해가는 이 땅의 중생들을 불심으로 이끌기는 커녕 이정도로 망가지기까지 방치한 불자로서의 작은 책임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우리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총체적 유린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도 일제가 아닌 바로 우리 동포들의 손으로. 대둔사의 소쩍새는 요즘 더욱 슬피 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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