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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불교교리-[5]남북정상회담과 불교 윤리관

기자명 이병욱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복잡하다면 진리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대한 만남과 악수, 이 일은 한 민족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슴 뭉클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광경을
TV에서 보았는데, 그 때 저의 가슴에 와닿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김 국방위원장이 남측 수행원에게 “공산주의자에게도 도덕은 있다”라고 한 말입니다. 아마도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온 수행원이 불안해 할까봐, 김 국방위원장이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일 것입니다. 우리가 신변안전보장을 해 주었으니 우리를 믿어도 좋다.

우리에게도 우리 나름의 원칙이 있으니 우리를 믿어달라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도덕이란 인간답게 산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원칙일 것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자신이 세운 원칙에 근거해서 사는 삶을 도덕적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도덕은 고등종교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도덕은 어떤 것에서 특징이 있을까요?

불교의 도덕(윤리)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로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에 있었던 과거 7부처님이 전했다는 가르침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든 악은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서 실천하라.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맑히면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악을 짓지 말고 선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르침을 중국의 어떤 선사가 자신을 찾아온 유명한 학자에게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학자는 그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말이라고 대꾸하였는데, 그 선사는 알기는 쉬우나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진리는 먼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리는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악을 행하지 말고 선을 실천하라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이 귀에 못이 막히도록 들은 내용이겠지만, 그것을 실천하려면 너무도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알기는 쉬어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말, 저는 이것이 바로 진리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불교의 도덕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성큼한 걸음 더 나갑니다. 행동은 도덕적·윤리적인데, 혹시 마음은 번뇌에 물들어 있거나 욕심에 휩싸여 있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청정히 할 것을 불교에서는 요청합니다. 외면적인 행동도 중요하지만, 불교에서 더욱 중요시하는 것은 마음의 순수함·청정함입니다. 이 청정함을 지키기 위해서 불교에서는 명상을 강조합니다. 외면의 행동 못지 않게 내면의 단정함도 불교에서는 강조하고 있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명상수행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외면적인 행동과 내면의 청정함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불교에서는 내면의 청정함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내면의 청정함을 강조한 사람이 바로 한국 최고의 불교지성인 원효입니다. 원효는 외면적으로는 비윤리적인 행동이거나 품위를 잃은 경박한 행동을 했지만, 그 속마음에는 누구보다도 깨끗했고,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원효는 외면의 가식을 싫어하고 내면의 진실을 더 높이 평가했습니다.

원효와 같이,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다정한 악수도 외면의 제스처로 그치지 말고, 내면의 진지함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기원합니다.


이병욱 /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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