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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장학사업 이범세 씨에게 소장학자들 논문집 헌정

기자명 이재형

“배품의 조건은 재력이 아닙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이범세 님 고희를 축하합니다.”

11월 25일 오후 6시 성북구에 위치한 작은 연회장. 한 노인의 고희를 기념하는 이날 자리에는 색다르게도 스님들과 소장학자들 40여 명이나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관 이범세 거사〈사진〉. 비록 그가 정계나 재계에서 이름이 떨쳤던 인물은 아니지만 불교가 이 땅에서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도록 애써왔던 그의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수관 거사는 생의 대부분을 군 공무원으로 보냈을 정도로 남들과 그리 다르지 않게 살았다. 그러나 그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아내 연화장 조동호 보살과 함께 승가와 불교학의 미래를 위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베품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4년부터 효봉장학회, 불일장학회 등의 이사로 참여해 17년째 장학금 지원사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96년부터는 ‘구산장학회’를 설립해 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도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있는 석·박사 과정 생들을 위해 매년 10여 명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연히 수관 거사의 고희가 올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에게 은혜를 입은 소장학자들이 이례적으로 논문집을 만들어 헌정할 것에 뜻을 모았다. 수관 거사의 수차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논총비용을 위해 십시일반 수렴하는 한편 논문 11편을 모아 《불교학의 해석과 실천》을 펴냈다.

이날 수관 거사는 “불교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다면 그것으로도 족한데 논문집을 받게 되니 오히려 민망하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축사를 한 서울대 최병헌 교수는 “불사의 개념이 오직 사찰 건물의 개·증축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인재양성을 위한 수관 거사의 노력은 참으로 빛나는 불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날 수관 거사의 자제들은 그의 고희 잔치를 위해 모았던 돈 500 만원 전액을 불교학 진흥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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