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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퇴출’될지 모를 학예연구원

기자명 김형규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며칠 전 강원도 월정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충청도에 있는 한 사찰의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이 그만 뒀다는 연락이었다. 그는 “스스로 나간 것이 아니라 사찰에서 나갈 것을 요구해 그만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계 학예연구원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분위기”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예연구원의 이야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성보박물관의 화려한 외향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을 뿐 학예연구원들의 근무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불교문화재를 다루는 문화재 전문가로서 일을 해 보겠다는 신념으로 교계에 들어선 순간 이들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100만원도 못되는 월급, 밀려드는 업무,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성보박물관의 지리적 여건상 일주일에 5일 정도는 사찰에서 지내야 한다.

그러나 학예연구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고유한 업무 특성을 이해해 주지 않고 종무원으로 대하는 교계 풍토. 사찰의 각종 행사에 동원되다 보면 학예연구원의 고유한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나마 신분 보장도 여의치 않아 주지 스님 한마디에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풍토 때문에 학예연구원이 있는 성보박물관 가운데 1년 이상 근무한 학예연구원이 있는 곳은 통도사, 송광사, 월정사 등 3곳에 불과하다. 어느 한 성보박물관은 3년 동안 4명의 학예연구원이 바뀌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각 사찰에서는 15개의 박물관과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학예연구원들에 대한 홀대가 문화재 훼손과 부실 투성이 성보박물관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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