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⑥ 개종법회 1.

기자명 김민경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국불자들이 세워준 아름다운 법당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나흘을 보내고 5월 17일 밤 9시 파트나시에서 깐푸르행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가기 전에 가야지역은 물론 비하르주 일대를 관장하는 최고 경찰책임자의 관사에 들렀다.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자타아카데미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담요를 보시하고 법륜 스님이 현지에 오면 자신의 전용차를 내어주는 등 적지 않은 지원을 해주는 이었다. 매우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소탈하고 친절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진설명>마인뿌르 마을 가운데에 세워진 새 법당. 마을 사람들이 기증한 땅에 한국 불자들의 지원금으로 지었다. 우리나라 돈 2천5백만원 정도면 이 정도 규모의 법당을 짓고 부처님까지 봉인할 수 있다.


차를 탄지 8시간만인 18일 오전 5시에 칸푸르역에 도착했다.

Y.B.S(Youth Buddhist Society of India 인도청년불교회의) 슈레스 회장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석가족 개종운동의 중심지인 메인뿌리까지는 다시 4시간을 더 달려가야 했다.

찌는 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차에서 뜨거운 먼지바람을 마셔가며 달렸다. 먼지 많은 건기의 인도를 톡톡히 경험 할 수 있었다. 온 몸이 곧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대도시 밖으로 한달 이상 나가 본 적이 없는 내게 있어서 인도에서의 나날은 특별한 경험이 됐다.

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소똥더미도 그들의 시각으로 보니 그리 더럽게만 느껴지지도 않았다. 길 가에는 노란 해바라기밭이 끝없이 이어졌다. 소피아 로렌과 그녀의 영화를 생각하며 꾸벅 꾸벅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다. 이 길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가 하면서.

11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Y.B.S 회원 가운데 비교적 잘사는 의사회원이 자신의 집 일부를 우리의 숙소로 내어주었다. 지난해에도 메인뿌리를 방문했던 민정희 국장은 이번 숙소가 호텔 못지않다고 무척 기뻐했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물도 잘 나온다며.

<사진설명>법당 안에서 열린 부처님 봉안식(맨 위). 개종 서약서를 쓰는 인도인들(두번째 사진)과 개종법회후 불자증명서와 부처님 사진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초보불자. 인도에서는 개종하면 정부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인도인들에게 있어서 개종은 그야말로 남은 인생을 거는 중대한 행위가 된다.

숙소 바로 옆집에 Y.B.S 사무실과 회원들이 공동으로 쓰는 숙소가 세 들어 있다. 작은 사무실과 작은 거실, 마찬가지로 작은 방 한 칸에 10여명의 중앙회장단과 사무국임원들이 머물며 인도불교의 새 날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 며칠간 계속 될 법회를 준비하느라 지난 몇 달간 몹시도 분주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Y.B.S 회원들은 법륜 스님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번 법회를 위해서 만 하루 동안 거친 길을 달려온 스님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슈레스 회장이 한때 한국에서 생활하고 둥게스와리 수자타아카데미에도 머무른 적이 있어서인지 인도청년불자들의 한국식 삼배가 꽤나 능숙했다. 불자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한국인과 인도인들이 서로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깃든 미소를 교환했다.

메인뿌리 인근의 마인뿌르 마을에서 열리는 법당 개원식과 개종법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모두들 숨도 고를 새 없이 먼지만 대강 씻고 털어낸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마인뿌르까지는 약 두 시간 거리.

마을에 도착하자 복숭아색으로 아름답게 단장한 새 법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지만 정말 예쁜 법당이다. 법당 앞 공터 큰 망고나무들 아래에는 붉은 색의 화려한 천들로 하늘을 가린 법단이 설치돼 있다. 가난한 시골마을에 이처럼 화려하고 반듯한 법단을 마련해둔 인도불자들의 정성에서 그들의 싱싱한 불심을 읽었다.

법회는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행사와 관련된 단체와 지역민들 가운데 공식직함을 가진 모든 이들이 차례로 나서 연설하는데(인도인들은 웅변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것도 몹시 길고도 열정적으로)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어서인지 그런대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인도인들의 행사는 대개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종일 계속된다고 했다. 대단한 지구력이다. 성미 급한 한국불자들이 이런 자세만큼은 배웠으면 좋겠다.

<사진설명>인도불자들이 손길로 세워진 마야부인상과 아기부처님(위). 정답고 소박한 미감을 지니고 있다. 법륜 스님에게 삼배 올리는 Y.B.S 불자들(아래).

행사장에는 스리랑카에서 온 스님을 포함하여 20여명에 이르는 인도스님들이 이미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최고 귀빈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었다. 마을 중심에 법당을 세워주고 아름다운 부처님을 기증했으며 힌두교에서 불자로 개종한 이들에게 나누어줄 불교용품을 보시한 한국의 불자들, 바로 우리들을 그곳의 모든 인도인들은 참으로 극진히 환대했다. 향기 짙은 화려한 꽃으로 엮은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고 과자와 물, 차 등을 끊임없이 가져다주며 이국의 불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정성을 기울였다.

이날 개원식을 치른 법당은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해 있다. 마을사람들이 기증한 땅에 참여불교재가연대와 우리는 선우가 한국에서 마련하여 전달한 보시금으로 지은 것이다. 법당 안의 부처님도 한국에서 모셔갔다. 법당은 법회와 불교교육 등 기본적인 종교적 기능 외에 물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교육과 결혼 등 대소사의 장으로 활용돼 마을주민의 중심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마인뿌르 주민들은 거의 석가족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수백년 동안 자신들이 위대한 부처님의 후예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어떤 크나큰 인연이 작용하여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된 것이다.

불교는 13세기 이후 인도대륙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동부의 벵골지방이나 북부 산악 지방, 아쌈 지역에서만 그나마 근근히 그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인도가 영국에 독립하기 전인 1931년에 이뤄진 인구조사에서 불교도는 약 44만명으로 파악됐다. 독립 후 1951년 조사 때는 겨우 18만명.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점에는 불교도가 무려 3백8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요코야마 소이치로의 책 『아아 장엄, 불교 2500년』)

이것은 1956년 이후에 일어난 이른바 ‘신불교도 운동’에 의한 결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암베드카르 박사의 영향이다. 또 스리랑카 출신 다르마 팔라에 의해 시작된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의 활동도 불교유적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어 현대 인도불교의 초석이 됐다. 인도불교의 현황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기술할 계획이다.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