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자들에게 계율을 엄히 지키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계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아니라고 단언하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출가수행자들이 생명처럼 지키고 자랑으로 여겼던 그 엄한 부처님의 계율이 차츰차츰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인 조계종은 아직도 꿋꿋이 청정계율을 생명으로 삼고, 취처, 육식, 음주, 도박, 폭력 등 파렴치한 행위를 파계행위로 간주, 엄중히 다스리고 있다. 통칭 한국의 2천만 불자가운데서 절대다수의 불자들이 조계종을 신봉하고 있는 것도, 조계종의 사찰과 스님들이 청정계율을 생명처럼 아끼며 지키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불교계에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겨난 불교종단이 50개 70개로 늘어나면서 한국불교계의 청정계율은 처참하게 무너져가고 있는 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 참으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어느 종단 소속인지도 알수 없는 사람이 버젓이 승복을 입은 채 유원지의 갈비집에서 갈비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가 하면, 바닷가 횟집에서도 소속불명의 승복차림을 한 사람이 활어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어느 종단, 어느 사찰 소속인지도 알 수 없는 승복차림의 사람이 골프를 치고, 어느 종파, 어느 암자 소속인지도 알 수 없는 승복차림의 사람이 포커 도박을 즐기고, 고스톱 도박을 즐기고 있다.
심지어는 어느 종단, 어느 사찰 소속인지도 알 수 없는 승복차림의 남자들이 떼지어 요정 안방에서 거창한 술판을 벌이고 최고급 룸살롱에서 양주를 마신다는 소리가 들린지 이미 오래 되었다. 어느 종파, 어느 사찰에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어느 승복차림의 남자는 아파트에 아내와 자식을 숨겨놓고 산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생명처럼 아끼고, 생명처럼 엄히 지키라고 부처님이 당부하신 그 청정계율이 `한국불교 수십개 종단시대'를 맞으면서 맥없이 무너져, 가히 계율이 없는 난장판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리고 계율을 지키지 않는 이런 갖가지 파렴치한 행위들은 고스란히 한국불교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고 비난하고 지탄하는 구실을 만들어 주었고, 그 가운데서도 한국불교 대표종단인 조계종과 조계종 소속스님들이 욕을 도맡아 뒤집어쓰는 비통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동안 교계에서는 청정계율을 바로 세워 승풍을 재확립하겠다고 수차 다짐했고, 일부 도박승이 야기한 파렴치 행위를 참회하는 모습도보여 주었다.
그러나 기왕에 청정계율을 바로잡고, 참신한 승풍을 확립해서 재가불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승단을 이루려면, 몇몇 도박승에 대해서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삼보정재로 취처 육식하는 사람은 없는가? 삼보정재로 골프치는 사람은 없는가? 삼보정재로 스키타러 갔던 사람은 없는가? 삼보정재로 요정에 가고, 삼보정재로 룸살롱에 가고, 삼보정재로외국산 고급승용차를 타고, 외국산 양주를 마시는 사람은 없는가? 삼보정재로 개인 몫돈을 마련하고, 개인 재산을 축재한 일은 과연 없는가?
이 땅에 간판을 달고 있는 모든 불교 종단은 반드시 철저히 다시 한번 살펴, 부처님이 엄히 내리신 청정계율이 안녕하신지 점검해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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