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 무차선회의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국조사선의 전통을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인류문명이 나아갈 올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한 무차선회(無遮禪會)가 고불총림 백양사에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무차선회는 지난 1912년 방한암 스님 주도로금강산 건봉사에서 열린 무차대회 이후 근 1세기만에 재현된 큰 법회였다는 점에서 우리 불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무차선회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인간성 상실의 현실과 인류 파멸의 상황에 직면해서 불교가 어떻게 이를 타개할 수 있는가하는 인류적 요구가 절실할 뿐더러 불교계 자체도 그 동안의 정체를 타개하고 민족 앞에 자신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드러내야 한다는 소구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중대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서구의 근대과학 문명이 가져온 산업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가 직면한 환경파괴, 기후이변, 질병과 전쟁의 공포 그리고 이념의 갈등과 붕괴에 따른 가치혼돈과 가정의 붕괴 등 일련의 세기말적 문제들을 해소하는데 불교가 분명한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선회에서 우리사회는 물론 세계의 석학들이 기대한 것은 우리 전통 조사선이 과연 이런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분명한 공헌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에 응해 이번 선회를 주도한 서옹(西翁), 혜암(慧菴), 진제(眞除) 등 고승들의 사자후가 유난히 빛을 발했던 것도 인상적이지만 이들 대선사들의 법문에 이어5천여 대중 사이에서 전개된 치열한 법거량 장면은 분명코 우리 조사선의 전통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임의 압권이었다.

거기에 16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한 `한국선 국제학술대회'에서 동북아시아 조사선 전통, 인도불교의 선정과 중국불교의 선문답, 일본의 임제선 등과 한국 선불교와 비교를 시도한 것이나, 한국 선불교 전통에 대한 검토와 선불교의 현대적 의미를 천착한 논의와 토론들은 새삼 불교의 선의 의미와 우리 전통 조사선의 실체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무차선회가 주는 의미는 보다 특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향해 우리 불교의 진정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점을 들 수 있겠다. 일부 스님들이 갈비집 포커 도박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으며 불교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상황이 현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불교의 참모습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법을 논의하는 마당에서는 그 누구도 대중위에 군림해 있지 않으며 일체 평등한 가운데 정정당당한 대결을 통해 깨달음의 진수를 체현하고 표명할 수 있는 불교정신이다. 여기에는 고승과 사미의 차이도 없고 비구와 비구니도 없으며 스님과 신도의차이가 있을 수 없다. 누구나 법을 깨치면 부처님이며 겉모습과 허식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이번 무차선회는 만천하에 명명백백하게 표명했다. 띠라서 이 아름다운 전통은 우리 불교계의 현실에서도 반드시 정직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우리 불교계가 법을 올바로 배우고 익히며 갈고 닦는 본래적인 모습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전통이 살아날 때 우리 불교는 사회적으로도 올바른 평가를 얻을 것이다. 이번 백양사 국제 무차선회의 성과는 앞으로 간단없이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