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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대변한 노회찬 의원…부디 왕생극락하시길”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7.23 20:02
  • 수정 2018.07.24 09:19
  • 호수 1450
  • 댓글 5

노회찬 의원, 7월23일 투신
조선왕조실록 환수 운동 등
불교계와 함께 촛불 든 인물
민주화기념사업회 지선 스님
“참담…고통 없는 곳에 가길”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학림사를 찾았던 노회찬. 나눔과 돌봄·함께하는 행복한 상상 마들연구소(http://cafe.daum.net/madlei) 카페 캡쳐.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학림사를 찾았던 노회찬. 나눔과 돌봄·함께하는 행복한 상상 마들연구소(http://cafe.daum.net/madlei) 카페 캡쳐.

“참 강하고 동시에 참 순한 어른이셨습니다. 받은 은혜 내색도 못했는데 홀연히 가시는군요. 80년 후 다시 오소서.”

2012년 1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입적 소식에 노동운동가 출신의 한 진보 정치인이 트위터에 남긴 추모다. 6년 뒤인 2018년 7월, 이 정치인은 한국사회에 비보를 남기고 세연을 접었다. 노회찬(61) 정의당 전 원내대표다.

노회찬 전 의원의 자살 소식은 불교계에도 비통함을 전했다. 사실 노 전 의원은 무교다. 하지만 누구보다 불교와 가깝게 지냈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그에게 사찰은 피신처이자 안식처였다. 인적 드문 산사에서 사법 당국의 수배망을 피했다.

그는 불교와 함께 정부의 불합리함에 맞섰고, 친일청산을 부르짖던 불교와 촛불을 들었다. 민족의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 환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일본으로부터 돌려받게 만든 산증인이기도 하다.

지관 스님의 총무원장 재임시절에는 더 각별했다. 2006년 4월 일본 도쿄대에 소장된 오대산 사고에서 반출된 ‘조선왕조실록’을 되찾기 위한 국회의원 모임의 중심에 섰다. 이보다 앞서 조계종 평창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과 남양주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을 공동의장으로 하는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일본대사관에 반환요구서 전달하기도 했다. 지관 스님은 2006년 조계종 조선왕조실록 환수 감사패로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불교가 거리로 나서 사회에 제 목소리를 낼 때에도 노회찬 전 의원은 동행했다. 2005년 조계종과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친일파재산환수특별법 촉구 ‘조계사 촛불집회’에서 촛불 들고 함께했다.

특히 2008년 8월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봉행된 범불교도대회에도 당당히 참석했다. 30만 인파가 운집한 범불교대회는 국토해양부 지도의 사찰 누락 사건, 경기여고의 불교제중원 표지석 방치, 어청수 경찰청장의 복음화 선교 포스터 등 이명박 정부의 잇단 종교편향을 꾸짖는 자리였다.

노회찬 전 의원은 큰스님들과 인연을 중요하게 여겼다. 입적 소식이 들리면 흘려듣지 않고 어김없이 애도를 표했다. 지관 스님 입적에는 트위터와 별개로 통합진보당 차원 애도문을 내고 대변인으로서 스님을 추모했다. 그는 “지관 스님은 고명한 학승으로 오랫동안 불교의 가르침을 학문으로 정립하는데 평생의 심혈을 기울여 오신 분”이라며 “또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하며 불교가 나눔의 철학으로 거듭나 국민 속에 뿌리 내리게 함으로써 복지시대의 한국불교가 위치할 바를 실천으로 정립하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은 지관 스님께서 아직도 연약한 한국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역할을 해 오신 바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2010년 시대의 스승이었던 ‘무소유’ 법정 스님 입적을 접한 그는 진보신당 대표로서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한분을 잃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며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면서 참된 삶의 길을 가르쳐 오신 스님의 입적 앞에 고개 숙여 조의를 표한다. 영원한 무소유의 길에서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법정 스님을 기렸다.

불심에 고마움을 여러 차례 표했던 정치인이기도 했다. 2012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 흥국사사찰을 참배했고, 2009년 5월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조승수 의원과 함께 지관 스님을 예방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무교였지만 종종 사찰을 찾곤 했다. 엄혹했던 군부시절이 아닌 평상시에도 사찰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학림사를 찾아 부처님오심을 축하하기도 했다.

노회찬 전 의원의 부고를 뉴스로 접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고불총림 방장) 스님은 “참담하다. 내가 죽는 것처럼 아팠다”며 무겁게 입술을 뗐다.

지선 스님은 “노동운동가들은 마음이 순수하다. 잘못이 드러나면 고통이 크다”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롭다고 한 윤동주 시인의 마음과 같다. 얼마나 괴롭고 아팠겠느냐”고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노회찬 의원은 진보정치를 확장시킨 시대를 대변한 존경받는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한 스님은 “고통 벗는 세계에 왕생해 그의 마음처럼 넓고 큰 뜻을 펼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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