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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그 모양'이 '이 모양'

기자명 유한근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하찮은 풀잎이라도 주지 않으면 갖겠다는 생각 버려야

검사가 검사를 조사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또 이 때문에 검찰 수뇌부들은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묘안없이 수사 원칙만 되풀이 했다고 한다. 왜 대책을 세우려 했고 묘안을 짜내려 했을까. 모를 일이다. 조만간에는 또이종기 변호사와 관련된 판사와 경관도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형식적이긴 해도. 그리고 이들 중 몇은 희생양 운운하며 수감될 것이며 남은사람들은 자체 정화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그러다가 한동안 잠잠해졌다가 법조계의 비리 관행은 다시 이루어지다가, 또 한참 후에 재수 없는 법조계 인물이나정치적으로 타켓이 되는 인물의 비리가 다시 드러나, 법조계 '검은돈 커넥션'이속속 드러난다는 내용이 언론계의 해드라인을 다시 장식하게 될 것이다.

'정의 실천의 표상'인 법조계를 우리는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정치계도마찬가지다. 여당과 야당은 충돌 직전에 있다. 여권은 경제 청문회에서 전 정권의비리를 벼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야당은 퇴로 찾기와 해법 모색을 시도하고있으며, 장외 투쟁을 무기로 삼고 있다. 언제나 마찬가지다. 여·야의 극한적 대립은 어느 선까지 오르다가 어떠한 형태든 타협점을 찾게 되어 있다. 그리고는대표들이 만나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찍게 되어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니까. 부처님 말씀 중 '본생경'에 아기 앵무새 형제 이야기가 있다. 삿티군바와 폼파카라는 이름의 아기 앵무새 형제는 난데없는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헤어지게 된다. 삿티군바는 도둑 마을에 그리고 폼파카는 도인의 마을에 떨어져 자라게 된다. 따라서 이 형제의 얼굴은 서로 닮았으나 자란 환경에 따라 성격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그 모양'이라 우리는 '이 모양'인가. 그래서 우리는 이 모양이 얼마나 잘못인가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삶에 대한 '가치'와 인간에 대한 '가치', 그것을 가늠하는 잣대를 잘못 갖고 있다.정치인, 판·검사,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가치 판단의 척도를 '돈'으로 삼고 있다는것이 그것이다. 진부한 말이다. 그런데 왜 요즘에 들어 이러한 생각을 더욱 절실히 하게 되는 것일까. 돈이 사회 윤리를 침묵시키고, 돈이 모든 신앙적 가치까지도 침묵시키고 있는 요즘의 우리, 그리고 우리 사회가 좀더 이대로 지속된다면우리는 나처럼 모두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냉소주의자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부정하고 냉소하는 '찬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엄경'에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라는 말씀이 있다. "보살은 자기 재물에 만족할 줄 알기에 남을 사랑해서 침해함이 없다. 물건이 남의 것일 경우에는 남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도둑질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심지어 그것이풀잎일 때라도 주지 않으면 취하는 법이 없다. 하물며 다른 생활 필수품이야 이를 것이 있겠는가"라는. 이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말씀이다. 그런데 왜 이 말씀이새로워지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눈먼 돈'이 너무 많다. '눈먼 돈'이라고 생각해서서로 차지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풀잎 하나도 주인이 있고 '불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그것을 쉽게 취할 수 있을까. '나'가 '남'을 사랑할 때 '남'의 것을뺏을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불성'을 인정할 때 '돈'의 논리가 끼어들 수 있을까. '불성(佛性)'은 '인성(人性)'이며 우리의 '주체성' 또는 '정체성'이다.

새 밀레니엄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패러다임은 '불성 = 인성 = 정체성' 찾기이다. 이 '찾기'가 '그 모양이니 이 모양이다'라는 냉소주의를 극복하는 길이다.


유한근/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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