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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김수희의 ‘유채꽃밭’

기자명 신현득

노랗게 물든 제주의 유채꽃 밭에서
나비‧벌‧바람 움직임을 시어로 제시

달콤하면서 좋은 꿀을 준비한
유채꽃 찾아 날아든 벌‧나비도
샛노랑 물감으로 한껏 물들고
바람도 노랑이라 표현한 동시

세상은 빛깔로 이어져 있다. 하늘 색깔은 파랑, 구름의 빛깔은 하얗다. 여름 들판은 초록이다. 산도 초록이다. 세상은 계절마다 빛깔이 바뀐다.

생명체마다 빛깔이 있고, 물건마다 빛깔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도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빛깔은 뭘까? “샛노랑 유채꽃 빛깔이어요.” 이른 봄에 아빠와 같이 제주도를 다녀온 꼬마의 대답이다. 그 대답이 맞다.

봄은 남쪽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봄은 남쪽나라 제주도에서 샛노랑 유채꽃 빛깔로 시작된다. 제주도에는 얼마전부터 유채꽃, 꽃물결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채꽃이 하는 말을 들어볼까?

“나, 유채꽃은 제주도가 고향이야. 꽃말은 ‘명랑’.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꽃이야. 제주도의 봄이라면 누구나 노랑빛깔 유채꽃 나를 떠올리지. 제주도의 봄은 노랑 유채꽃에 묻히는 계절이야.” 

노랑 유채꽃이 자기소개를 아주 잘했다. 유채꽃이 하는 말 그대로 제주도의 봄은 노랑 유채꽃에 파묻힌다. 유채꽃 잎과 줄기는 맛나는 채소이다. 씨에서 짜낸 기름도 식용으로 한다. 그리고 유채꽃은 좋은 꿀을 생산하는 밀원식물이다. 

제주도에서는 유채꽃을 관광 상품으로 하여 전국과 온 세계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유채꽃이 폈어요! 꿈의 섬나라 대한민국 제주섬으로 관광오세요! 노랑 유채꽃에 파묻힌 섬나라예요! ”
이러한 목소리로 유채꽃이 제주도 도민에게 돈을 벌어들이게 하고 있다 한다. 유채꽃은 이름난 관광 상품이다. 유채꽃 샛노랑 빛깔로 된 동시 한 편을 맛보기로 하자. 


유채꽃밭 / 김수희

유채꽃이
노랑을 쏟았다. 
한들한들 
밭 가득한 샛노랑이 

놀러왔던 
나비 옷에도 묻고

꿀 따러 왔던 
벌 엉덩이에도 묻었다. 

지나가던 바람이 
제 몸에도 묻히겠다고

종일 꽃밭에서 
뒹굴고 있다. 

김수희 동시집 ‘이상한 계산법’(2020)에서.

유채꽃은 노랑빛깔이 짙다. 노랑물감을 쏟은 듯하다. ‘노랑을 쏟았다’는 아주 시적인 표현이다. 밀원의 식물 노랑 유채꽃은 달콤하고 좋은 꿀을 준비하고 있다. 

나비가 이런 샛노란 세계가 좋아서 놀러왔다고 했다. 실제는 꿀을 따러 온 것이다. “꿀 맛있네. 꿀 맛있네” 하며 팔랑팔랑 날면서 꿀을 따다보니 나비 날개옷에 노랑 물감이 묻는다. 흰나비가 그만, 노랑나비가 되고 말았다. 재미있고 재미있다. 

꿀 따러 왔던 벌은 엉덩이에서부터 온몸에 샛노란 물감이 붙는다. 이 꽃 저 꽃 다니는 동안에 그만 샛노란 벌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다음은 제주도 유채꽃밭을 휘젖고 싶어서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다. 

“나도 샛노란 바람이 되고 싶은 걸.”

바람이 노랑바람 되려고 유채꽃밭에서 뒹군다. 그런데 바람에게는 유채꽃 노랑물 들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종일 꽃밭에서/ 뒹굴고 있다”의 연에서 그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침내 태평양 바람도 유채꽃 샛노란 물이 든 샛노랑 바람이 될 것이다.

시의 작자 김수희(金秀姬) 시인은 김천 출신으로 전 대구아동문학회장 창주(滄洲) 이응창(李應昌)선생을 기념하는 창주문학상(2015)과 황금펜아동문학상(2018)에 동시로 등단하여 전기한 동시집 ‘이상한 계산법’(2020) 등을 출간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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