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가 불교역사제자리찾기운동본부와 4월 19일 주어사지·파사산성에서 역사 속 걷기 명상을 개최했다. 답사에 동참한 사부대중 52명은 현장에서 명상을 하며 주어사지와 파사산성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살피고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
전국비구니회의 주어사지 관련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은 2021년부터 진행됐다. 당시 전국비구니회는 주어사와 천진암이 18세기 말 천주교인들에게 강학할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됐던 역사적 사실은 묵살된 채 ‘한국 천주교 발상지’로 부각, 천주교의 성지화 작업 시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1년 9월 25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어 종교평화공존위원회를 발족한 뒤 범불교단체들과 ‘불교역사제자리찾기 운동본부’(이하 불제본)을 구성했다.

‘천진암과 주어사의 올바른 역사 계승을 위한 포럼’, ‘주어사지, 천진암 역사바로세우기 공부모임’ , 좌담회 등을 진행하며 불교계의 관심을 이끌었다. 결과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주최로 여주 주어사지 시굴조사가 진행됐다. 이후 해미읍성, 광화문 광장 표식 등을 답사하며 역사바로세우기 운동 영역을 확산시켰다. 13대 집행부 출범 후 첫 번째 순례지로 주어사지를 선정해 이날 답사를 진행했다.

비구니회장 광용 스님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불자로서 우리들의 뿌리를 찾는 날이다. 숭고한 선조들의 정신이 잊혀지지 않도록 살아있는 역사로서 후대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부처님 법을 지키고 전법의 사명을 갖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이날을 계기로 불교 역사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불교역사제자리찾기운동본부장 송탁 스님은 주어사지를 처음 찾았던 날을 회상하며 “잊혀지고 삭제돼 가는 우리 귀중한 역사를 버려두었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이었다. 애타는 마음을 가지고 천주교 성지화 작업으로 불교 역사가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왔다”며 “이 자리에 함께한 사부대중과 마음을 모아 불교를 수호하는 수호 신장으로 함께해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대중들은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의 ‘역사와 현재, 천주교 성지화’를 주제로 한 해설을 들으며 주어사지를 둘러봤다. 이병두 원장은 “주어사는 엄연한 스님들이 머물며 수행하던 불교사찰이었고 스님들은 서학(천주교)을 공부하려는 일부 지식인들에 공간을 내주었다. 스님들의 목숨과 사찰 존폐가 달려있음에도 위험을 무릅쓰며 초기 천주교도들을 보호했으나 주어사는 결국 폐사했다”며 “이런 사실을 지운 채 ‘천주교 최초 강학지’라는 사실만 부각해 왜곡된 역사를 알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역사는 진실 그대로 기억되고 전해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후세들은 진실된 역사 속에서 왜군을 찬양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어사지 역사를 바로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부분들을 바로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주 파사산성 현장으로 이동해 마애불을 친견하고 파사산성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설을 맡은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파사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승군장 의엄 스님이 무너진 성을 수축하고 둔전을 일구며 북진한 일본군으로부터 백성들을 지켜낸 곳이다. 그럼에도 여주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안내 설명문과 관광안내 책자에도 언급되고 있지 않다. 민순의 교수는 “탄압과 차별 받던 조선시대 불교가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하자 의승군을 일으켜 힘들게 산성을 수축하고 지켰던 역사의 현장을 확인하며 관계 당국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727호 / 2024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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