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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만나는 큰스님-만봉 스님

기자명 채한기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신앙과 미적 감각이 우수 작품 바탕"

쉽게 말하면 불교를 담아낸 그림이지. 그러나 단순한 그림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야. 그 속에는 종교적인 장엄함이 담겨있어. 혼이 담겨있는 것이지.그래서 불화를 그린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한게야. 작가 자신은 작품을 통해자신이 표출하고 싶은 부처를 그려내는 것이지. 그래서 불로(佛母)라고 하는것이지. 불화만이 갖는 독특한 특성은 바로 이 불모라고 하는 언어에 이미내재돼 있어. 부처를 그려내는 사람을 쉽게 말해 작가라고 한다면 작가가부처를 형성해 내는 거지. 여기에 종교성과 예술성이 있어. 작가가 그려낸부처를 보고 사람들은 신심을 가질 수 있는게야.

▲한국의 불화는 곧 한국적인 불교의식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지녀 왔던 종교관과 우주관, 인생관이 그대로 녹아있는 거야. 한국사람 내면의 세계가 담겨있지. 다시 말해 한국의 불화에는 한국불교의 신앙 양상과 미적 감각이 모두 배어있는 거야. 한국 불화사를 안다면 한국의 불교사를 간파할 수 있다는 얘기야.

▲인재양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줄 압니다.
인재를 키워내는 일이야 나만 하는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문제는 끝까지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생각해 봐. 처음 불화를배우려는 사람은 우선 선긋기부터 하지. 한참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그럴 때 필력이 붙어. 그러면 습화 1단계인 시왕초 등긋기에 들어가지. 시왕초, 천왕초, 여래보살초 등을 차례로 천장씩 등긋기 한후에야 초를보고 똑같이 그리는 법(모사)을 익힐 수 있지. 모사를 또 한 천장 그린 후작은 폭에 모사하는 그림 천장을 그리고 난 다음에야 채색 작업에 들어가.불화를 배우는 기초과정만도 한 10년 걸려. 그러니 이 길을 평생가려고 하겠나. 배우겠다고 많이들 찾아오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탓하지 않아. 이해가 되는 일이야.

▲기초 과정만도 10년이 걸린다면 화업도 수행의 한 방편이라 할 수 있겠군요.
글쎄. 난 수행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수행의 한 방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불화를 배우는 기간이 길어서가 아니야. 또 불화 배우는 일이 어려워서만도 물론 아니지. 불화를 배우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또 기초 과정을 마친 후 본격적인 화업에 들어갔을 생각하는 게 뭐겠어. 오직 그림만을 생각할까? 그림 그 자체가 아니야. 그림이 흔히 얘기하는 화두라고도 할 수 있어. 자신을 가다듬는 거야. 어떻게 무엇을 그려야 하는 문제가 아닌게야. 자신이 평생 정진하며 닦은 그 심성이 표출되는 거야. 이런 면에서 보면 수행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 책상 놓고 편안히 앉아서 그릴 수 있는 게아냐. 자세를 올곧게 하고 정신을 집중 시켜야만 해. 붓을 든 순간에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돼야 한다는 얘기지. 그럴 때 선 하나라도 제대로 그을 수있어.

▲후학들에게 엄격하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엄격한가? 엄격하다고만 해서 교육이 제대로 되겠나. 단지 이 일이힘드니 가르치는 일도 힘들고, 배우는 사람도 힘들다 보니 엄격하다는 얘기겠지. 스승이셨던 예운 스님이 참 엄격하셨어. 내가 금어가 된 후에도 화공작업을 총 지휘하도록 허락하질 않았지. 허락하기는커녕 칭찬도 하시질 않았지. 섭섭하다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내가 부족한 것이 뭔가를 고민했지. 돌이켜 보면 스님이 너무 고맙기만 해. 칭찬은 자만심만 키우는 것같아.

▲최근들어 각 사찰에서 그림그리기 대회를 많이 하는데 …
아주 좋은 일이야. 어린이들이 그린 부처님을 나도 봤어. 나보다 잘 그린것 같던데. 어쩌면 애들이 그린 부처님이 진짜 부처님인지도 몰라. 순수하잖아. 자기들이 본 부처님을 사심 없이 그리면 이미 불심이 담긴거야. 자꾸 부처님을 그리다 보면 신심은 절로절로 나게 돼. 불교가 무엇무엇이라고 설명하는 것 보다 그림 한 장 그리게 하는 게 훨씬 좋아.

▲스님이 평생 보신 불화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는 작품은 무엇입니까.
하하하 …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다 좋아 다 좋아. 어느 것 하나 소홀히볼 불화가 없어. 옛날 분들 정말 대단해.

▲옛 사람들의 작품이 뛰어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마음이야. 깨끗한 마음이야. 그런 깨끗한 마음은 깊은 고뇌를 통해 정화된 마지막 알맹이일 게야. 끝없는 구도 속에 찾은 그 무엇. 그것은 자신의 깨달음이라고도 할수 있지. 그러니 그 불화에는 종교만이 갖는 신성성이 담겨있어. 요즘 너무종교성과 예술성을 나누어 보는 견해가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야. 종교성 없이 예술성은 있을 수 없어. 기술적인 것만 갖고도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하지만 그 속에 마음은 없는 거야. 마음 없는 불화는 사실 불화라고 할 수없지.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찰 중 어느 사찰에 탱화를 걸어보고 싶으신지요.
꼭집어서 말할 수는 없어.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야 나도 마찬가지지만 통일되면 어느 사찰에 내 탱화를 봉안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 내 죽기 전에 통일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해. 인연이 닿으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야.

▲스님이 그리신 불화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
내 그림? 글쎄. 없는 것 같아. 그저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게지 뭐.그런데 한 폭의 불화를 그리기 전에 항상 걸리는게 있어. 종전의 그림보다더 좋은 그림을 그려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야. 아직 나도 욕심을 버리지는 못했는가 봐.

▲남은 여생동안 불화 그리는 일 이외에 꼭 해 보고 싶은 일은 없으신지요.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불화를 그리는 화승일 뿐이야. 지금까지 해온 일이 이 일이고, 앞으로도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도 바로 이 일이야. 한시도 붓을 놓은 적은 없어. 붓을 들고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해. 부처님과 함께하는 여생이 너무 좋아. 다른 생각 일체 없어.

대담·정리 =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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