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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

기자명 마성 스님

연꽃과 무소의 뿔처럼 지극한 성품 유지해야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이란 자애와 연민, 희열, 평온 함께한 것
자애는 살아 있는 존재에 자비롭고 연민은 모든 이에 행복 발원
희열은 남의 공덕 내일처럼 기뻐하고 평온은 늘 동요 없는 상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이 보살의 사색적인 자세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은 각기 다르다. 이 보살상은 어떻게 하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있는 연민의 미륵보살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보살은 고통받는 유정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해 항상 명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이 보살의 사색적인 자세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은 각기 다르다. 이 보살상은 어떻게 하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있는 연민의 미륵보살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보살은 고통받는 유정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해 항상 명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불교에서 강조되고 있는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四梵住, brahamā-vihāra)’은 ‘범천과 같은 거주처’, ‘신과 같은 삶’ 또는 ‘신성한 거주처’ 등으로 번역되는데, 대단히 훌륭한 마음상태, 고결한 마음상태, 거룩한 마음상태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브라흐마-위하라(brahamā-vihāra)의 원래 의미는 ‘범천의 주처’라는 뜻이지만 ‘압빠마나(appamāṇa, 無量)’ 또는 ‘압빠만냐(appamañña, 無量)’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장아함경 제23 구라단두경에서는 ‘사무량심(四無量心)’과 ‘사범행(四梵行)’으로 번역했다. 대승불교권에서는 사범주보다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상태’라는 뜻을 가진 사무량심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이란 자애(mettā), 연민(karuṇā), 희열(muditā), 평온(upekhā)이 함께한 마음을 의미한다. 줄여서 자(慈), 비(悲), 희(喜), 사(捨)라고 부른다. 자애는 사랑과 우애의 마음이고, 연민은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다. 희열(기쁨)은 남이 성취한 공덕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다. 평온은 안팎의 경계에 끌리지 않고 항상 평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사랑하되 집착에 빠지지 않고, 연민하되 근심과 걱정에 빠지지 않으며, 기뻐하되 홍소(哄笑,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음, 또는 떠들썩하게 웃어 댐)에 빠지지 않는 중정한 마음상태를 말한다.

마카데와 숫따(Makhadeva-sutta)(MN83)에 의하면, 옛적에 전륜성왕들의 시조였던 마카데와 왕이 있었다. 그는 법다웠고 법으로 통치했으며 법에 확고한 대왕이었다. 그는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생기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출가하여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을 닦았다.

“그는 자애가 함께한 마음으로 한 방향을 가득 채우면서 머물렀다. 그처럼 두 번째 방향을, 그처럼 세 번째 방향을, 그처럼 네 번째 방향을 자애가 함께한 마음으로 가득 채우면서 머물렀다. 이와 같이 위와 아래와 옆과 모든 것을 빠짐없이 채워서, 광대하고 무량하게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가 함께한 마음으로 가득 채우면서 머물렀다. 연민이 함께한 마음으로 … 기쁨이 함께한 마음으로 … 평온이 함께한 마음으로 … ”(MN.Ⅱ.76)

위 경문에서 보듯이, 니까야에서는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에 대해 자애가 함께한 마음, 연민이 함께한 마음, 기쁨이 함께한 마음, 평온이 함께한 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자비, 연민, 기쁨, 평온이 ‘함께한 마음(sahagatena cetas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른바 광대하고 무량하게 원한 없고 악의 없는 마음이 곧 성자가 갖추어야 할 거룩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을 온전히 갖춘 사람은 비록 세상에 몸담고 있지만 범천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을 ‘범천의 주처’라고 부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 중에서 첫 번째 자애에 대해 별도로 자세히 설한 경전이 바로 숫따니빠따(Suttanipāta)에 나오는 자비경(Mettā-sutta)이다. 이 경에서 붓다는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지키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발하라.”(Sn. 149)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무한한 자비를 행하라. 위와 아래로 옆으로, 장애도 원한도 적의도 없는 자비를 행하라.”(Sn. 150)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신성한 경지라 부른다.”(Sn. 151) 자애에 대해 이보다 잘 설명한 경전을 찾을 수 없다.

두 번째 연민에 대해서는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의 여러 곳에 설해져 있다. 이를테면 “비구들이여,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이 되고, 세상에 대한 연민으로 많은 신과 인간들에게 이로움이 되고 이익이 되고 행복이 되기 위해 태어난다. 그 한 사람이 누구인가? 여래・아라한・정등각자이다.”(AN.Ⅰ.22) 한마디로 붓다는 ‘세상에 대한 연민’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다른 경에서는 붓다 대신 바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삿된 견해를 물리치고 정법에 머물게 한다고 설해져 있다. 또 어떤 비구가 “법이 아닌 것은 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범계(犯戒: 계를 어김)가 아닌 것은 범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처럼 바르게 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바라는 연민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기쁨(喜悅)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기뻐하고 즐거워함이 아니다. 빨리어 무디따(muditā)는 남이 지은 조그마한 공덕이라고 자신이 지은 것처럼 함께 기뻐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그래서 무디따를 ‘함께 기뻐함’ 혹은 ‘더불어 기뻐함’이라고 번역한다. 한자어로는 ‘수희(隨喜)’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 수희란 “불보살이나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자신의 일처럼 따라서 함께 기뻐함”이라고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성자는 오직 남이 잘되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범부는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먼저 시기질투심부터 일으킨다. 겉으로는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괴로워하는 것이 범부들이다.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남이 짓는 공덕을 찬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눈에는 세상의 온갖 불합리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매사 부정적인 사람은 불행을 불러들여 자신의 삶을 황폐화시킨다. 반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행운을 불러들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나오는 보현보살의 십종대원 중에서 ‘수희공덕원(隨喜功德願)’은 무디따의 참뜻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다.

네 번째 평온은 마음에 동요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성자는 어떤 경계에 부딪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어떤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는 평온의 경지를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나는 늦게나마 말과 글이 아닌 실제의 삶에서 이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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