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을 위한 몇 가지 고언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조계종이 금년도에 추진할 종무계획을 발표했다. 종단의 안정과 화합, 수행중심의 승가상 확립, 포교전법사업의 내실화, 대사회활동의 다각화와 전문화, 종도중심의서비스행정의 실현, 종무행정의 전산화와 불교종합정보망사업 추진, 불교종합회관건립불사 추진 등이 주요내용이다. 이와 같은 사업계획은 고산 스님의 새집행부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지를 예측케 하는 기본 자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종무계획' 만으로 볼 때 고산 스님의 새 집행부는 지난해에 비해 특별히 새로운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금년 중에 불교종합회관을 착수하겠다는 것과 지난해 종단사태와 관련 수행중심의 승가상 확립을 위한 참회법회와 교육실시 등은 전에 없던 항목이어서 눈길을 끄는 정도다.

이러한 사업계획은 새집행부가 제1기 개혁집행부의 사업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쪽으로 금년도 종무추진의 방향이 정했졌음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종단사태로 새집행부가 늦게 출범함으로써 신규사업을 구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또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는 데서 오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최근까지 추진하던 사업을 완결함으로써 종무행정의 지속성 유지라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같은 종무추진계획은 '개혁과 도약'이라는 최근 몇 년 사이의 종무행정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과거 집행부의 계획을 승계하다 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문제로 지적돼온 이벤트성이 짙은 전시행정적 사업계획마저 답습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종단의 사업성과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교성'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너무 이벤트 중심으로 계획한다든가, 필요는 하되 급하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일은 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는 지나치게 나열식으로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사업계획을 보면 '중점사업'이 없다. 심지어는 하급단체나 기관에서 해야 할 일마저 모두종단차원의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나열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사회활동이나 연수교육의 경우 그 주체가 중앙기관에서 해야 할 것과 단위사찰이나 단체가 할 일이 혼재돼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중앙종무기관의 업무하중만 늘어나고 하위기관의 활동역량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바쁘게 일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도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기왕 발표된 계획이라 하더라도 종단이 꼭 해야 할 일과 이관할 일을 가려서 수정과 보완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사업추진에 따른 예산집행 문제도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IMF체제가 시작된 이후 일선사찰들은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모든 사업비를 분담금에 의존해야 하는 중앙집행부로서는 마땅히 긴축적인 재정운영이 불가피하다. 만에 하나 낭비적 재정운영을 하거나 불요불급한 분야에 지출이 발생한다면 사업성과 이전에 일선사찰들의 불만을 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예산집행을 보다 엄격하게 하면서 효율은 배가시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고산 스님 집행부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일은 종도들에 대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다. 금년도 사업계획만 하더라도 '계획'의 발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실 있게 사업을 완료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조계종은 언제나 계획만 화려하고 거창했지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더 심하게 말하면 모든 사업은 겨우 명목이나 체면치레를 하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그 결과가 오늘의 불교현실이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한가지일을 하더라도 분명하고 확실한 성과을 일구어내야 한다. 계획만 있고 결과는 없는 종무행정은 추방되어 마땅하다. 다행한 것은 최근 들어 그러한 역량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새집행부가 출범한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다.
이 기대에 용두사미로 응답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