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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시”라는 기독교인 방화로 사찰 전각 잿더미

  • 사회
  • 입력 2020.10.28 18:23
  • 호수 1559
  • 댓글 6

10월14일, 수진사 산신각 소실…2억5000만원 피해
범인, 2년 전부터 불상에 돌 던지는 등 훼불 자행해

총화종 남양주 수진사, 화재로 소실된 산신각.
총화종 남양주 수진사, 화재로 소실된 산신각.

1984년 창건된 총화종 남양주 수진사(주지 남정 스님)가 기독교 신자의 방화로 전각 한 동이 골조만 남은 잿더미로 변해 불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범인은 화재가 나기 2년여 전부터 훼불을 자행해 경찰에 수차례 신고된 바 있어 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진사 화재사건은 10월14일 오전 7시20분경 발생했다. “사찰에서 연기가 많이 난다”는 사찰관계자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본부는 2시간여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이 화재로 6개 전각 중 산신각 1동이 소실되고, 소방서 추산 2억5000만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남겼다.

사찰 관계자는 “수진사에 봉안돼 있는 ‘조상경’ ‘현수제승법수’ 등 국가유형문화재 2점은 화재로 인해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며 “하지만 사찰 근처에 아파트 단지, 요양원 등이 밀집해 있어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진사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사건 후 확인한 CCTV에서 6시40분경 큰 배낭을 메고 산신각으로 들어가는 여자 A씨가 있었다. 곧이어 산신각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녀는 유유히 사라졌다. 화재가 발생한지 3일 후 신도들은 사찰 주변을 서성이는 수상한 인물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사찰관계자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 여자는 CCTV에 속 A씨와 동일했다.

다음날 10월18일, A씨는 또 사찰을 찾았다. 주변을 서성이다 직원과 눈이 마주친 A씨는 그대로 달아났지만 얼마 못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법당 내 촛불을 이용해 방석에 불을 붙였다”면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종에 올라타고, 타종을 방해해왔던 A씨.
범종에 올라타고, 타종을 방해해왔던 A씨.

사찰 관계자들은 “A씨는 오래전부터 사찰에 피해를 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A씨가 수진사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년여 전부터다. A씨는 사찰을 찾아 불자와 스님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있을 수 없다” “예수님을 믿으라” “할렐루야” 등 소란을 피우고 법당의 공양물을 훼손, 불상에 돌을 던지는 등 지속적인 훼불을 자행 해왔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범종각의 안내 현수막 두 개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5일 가량 저녁마다 사찰을 찾아와 범종에 올라타고, 타종을 방해하는 등 행위를 벌여왔다.

수진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지오 스님은 “현수막에 불을 질렀을 당시 경찰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면 전각이 소실되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며 “A씨에게 이번 방화사건에서도 정신이상 등을 이유로 가벼운 조치가 취해진다면 제2, 제3의 범행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진사 신도들은 “사찰을 수시로 찾아와 온갖 행패를 부린 사람을 경찰에까지 신고했는데 결국은 그 사람이 사찰에 불을 질렀다.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경찰이 이런 식으로 광신자 문제를 다룬다면 앞으로 어느 사찰이 안심할 수 있겠냐. 이제라도 방화사건을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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