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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가 찾아가 전한 사찰이야기

  • 불서
  • 입력 2020.12.07 10:18
  • 호수 1564
  • 댓글 0

‘베드로의 산사탐방’ / 구자권 지음 / 연중

‘베드로의 산사탐방’

“한국불교의 3대 해상 관음기도처인 강화 보문사가 비록 조그만 섬에 안겨있기는 하지만 관세음보살님의 광대무변한 원력을 상징하는 ‘낙가산 보문사’이니 어찌 우주보다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보문사 뒤편 눈썹바위에 기대어 서해바다를 내려 보면 중생들을 살피시는 관음보살의 세계, 곧 소리를 귀로 듣지 않고 눈으로 보는 관세음의 세계가 펼쳐진다.”

신심 깊은 불자나 스님의 시각이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서 가톨릭은 ‘절대신앙’임을 밝히고, 세례명이 베드로인 구자권이 강화 보문사를 소개하면서 쓴 글이다. 그는 부인과 함께 천주교 성지를 순례하던 중 경기도 광주 천진암을 찾았었다. 그곳은 본래 사찰이다. 여기서 그는 “스님들이 어떻게 천주교인들에게 부처님 자리를 내줬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고, 이차돈의 순교를 떠올리며 그런 역사를 간직한 불교에서 천주교인들을 긍휼히 여겨 자리를 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비와 평등과 평화를 실천하는 종교는 모두 하나”라는 것을 깨달으며 부처님 공간인 산사순례에 나섰다.

사찰 주변의 자연경관에 마음을 빼앗겨 정작 불교의 내면을 살피는데 소홀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동안 찾았던 산사 중 전국 50곳을 가려 그곳 사찰에 스며든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베드로의 산사탐방’은 강화 전등사에서 제주도 관음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사들을 돌아본 탐방기로,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히 기록했기에 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안내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낙산사는 홀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일생을 같이할 반려자가 있거든 그와 함께 가야 한다. 사랑하는 아들딸이 있거든 그들의 손을 이끌고 가야 한다. 가서 낙산사가 전해주는 의상과 원효의 무상무애의 설법을 함께 들어야 한다. 그것처럼 삶을 여유롭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톨릭 신자임에도 산사탐방을 통해 불교에 대한 공부와 해당 사찰에 대한 기록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면서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사찰과 그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들을 폭넓게 이해하려 노력을 기울였다.

전등사 주지 여암 스님이 “불교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도는 물론이고 불교를 믿는 신자가 아니더라도, 역사적인 가치를 간직하며 많은 문화재를 가득 담고 있는 전국의 여러 산사를 찾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노고를 격려하고 일독을 권한 것도 종교간 차이를 떠나 같음을 보려 노력한 저자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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