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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전통‧사상으로 조선시대 사상사 성찰

  • 불서
  • 입력 2021.03.15 11:50
  • 호수 1577
  • 댓글 0

‘조선 불교사상사’ / 김용태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조선 불교사상사’

‘조선시대 불교’라고 하면 숭유억불, 억압과 쇠퇴, 여성과 서민 위주의 신앙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유교를 숭상했던 시대에 불교는 권력에 의해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로 밀려났고, 주체가 아닌 타자였으며, 사상보다는 기복에 치우친 종교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불교는 생명력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선과 교의 사상을 계승하고 시대에 맞게 종교적 활로를 넓혀가면서 나름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담당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 ‘조선 불교사상사’는 유교의 시대를 가로지른 불교적 사유의 지형을 탐색한 결과물이다. 조선시대 불교를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근대불교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김용태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가 사상사의 외연을 역사의 맥락과 배경 위에 펼쳐진 시대적 지향, 의례와 신앙까지 포함해 넓게 적용했다. 또 사상사의 전개를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해하기 위해 제도적 기제 변화까지 고려해서 담아냈다.

“한국불교는 동아시아 세계의 보편성을 공유하면서도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고유한 특성을 형성했다. 이는 불교가 한국적 토양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쳐 무성한 잎과 열매를 맺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저자는 한국사에서 불교는 사상과 종교, 문화와 예술, 문학 등 여러 영역에서 문명사적 전환을 선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인의 심성 깊숙이에는 유교적 가치와 불교적 관념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렇기에 불교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의 흐름과 특성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이며, 조선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라고 밝힌 저자는 책에서 조선시대 불교사상사의 중층적 단면을 파헤쳐 유교사회에서 불교의 역할과 위상을 반추했다.
 

조선시대 불교는 숭유의 시대임에도 우리 사유와 심성의 한 축을 이뤄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 호국불교의 사상도 자리했다. 사진은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의 활약을 담은 평양성 탈환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불교는 숭유의 시대임에도 우리 사유와 심성의 한 축을 이뤄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 호국불교의 사상도 자리했다. 사진은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의 활약을 담은 평양성 탈환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울대에서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던 저자는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 이후 10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사상사를 중심으로 재편해 엮었다. 그동안 학문계보와 연구사, 선과 교의 사상과 문헌, 인물, 승군과 승역, 의례와 종교, 근대불교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그 가운데 넓은 의미에서 사상사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연구 성과들을 모아 총 4부 11장 23절로 구성했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책은 먼저 제1부 ‘조선시대 불교 연구 100년의 재조명’에서 식민시기 한국불교 전통의 조형과 굴절, 해방 이후 연구의 재개와 새로운 모색으로 장을 나눠 지난 100년의 연구사를 정리했다. 제2부 ‘불교사상의 계승과 선과 교의 융합’에서는 패러다임 전환과 숭유억불의 도식, 배불론과 호불론, 사상과 신앙의 연속과 변화, 억불의 실상을 통해 조선전기 유교와 불교의 교체와 전통의 유산에 대해 살폈다. 또 청허휴정의 기풍과 주저인 ‘선가귀감’, 근현대까지 영향을 미친 임제법통을 중심으로 조선후기 불교전통의 주축이 된 선과 법통 문제를 고찰했다. 

이어 제3부 ‘조선 불교를 빛낸 사상과 실천의 계보’에서는 조선후기 불교를 상징하는 고승, 교학과 선의 종장들을 추려서 이들의 활동과 사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제4부 ‘유교사회의 종교적 지형과 시대성’에서는 의승군 활동의 딜레마와 호국불교 개념의 성찰, 국가 시스템 안에서 기능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 등을 살폈다.

저자가 조선불교의 전체상을 재구성해 성리학 일변도의 조선시대 사상사를 성찰한 책에서 숭유의 시절에도 억불 당하지 않은 채 우리 사유와 심성의 한 축을 이뤄온 한국불교 전통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3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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