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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새 옷 입은 한 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 불서
  • 입력 2021.03.15 13:43
  • 호수 1577
  • 댓글 0

‘불교성전’ / 불교성전편찬회 / 동국역경원

‘불교성전’

“이천여 년 전에 결집된 불타의 설법을 오늘 우리 언어권에 재생시키는 일은 시대적인 요청이기에 앞서 이 나라 불교도의 역사적인 사명이다. 가치의식이 뒤바뀌고 인간의 언어가 한낱 소음으로 타락해 버린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불타가 신앙이나 예배의 대상이 아니라 길을 가리키는 길잡이였음을 상기할 때, 그분의 목소리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현대의 정신적인 유랑민들에게 영혼의 모음이 될 것이다.”

1972년 불교성전편찬회가 부처님의 생애를 시작으로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을 차례로 기술하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불교입문서로 편찬한 ‘불교성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대목이다. 당시 법정 스님이 편찬을 이끌어 스님의 숨결이 오롯이 배인 한 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이라 평가받았던 ‘불교성전’이 50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재탄생했다.

동국역경원이 1972년 출간한 ‘불교성전’은 어려운 교리를 나열하는 데서 탈피, 읽어서 생활의 지혜와 교훈이 될 수 있는 설법을 중심으로 엮었다. 또 불교를 이해시키고자 어떤 종파에 치우치거나 구애됨 없이 통불교적 입장을 지켰고, 불교의 기본 정신인 지계‧선정‧지혜를 날줄로, 수행의 단계인 믿음‧이해‧행동‧깨달음을 씨줄로 엮으면서 불‧법‧승 삼보를 내세웠다.

그럼에도 50년이 지난 현시대에 맞지 않는 문장이 적지 않아 현대인들이 읽기에 불편함도 있었다. 20년 전 개정판이 나왔음에도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2021년 발간한 재개정판은 현대인들이 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명제하에 문장의 현대화, 즉 자연스러운 한글 문장으로의 전환에 주력했다. 법정 스님의 문장을 살리면서도 의미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한글 문장 구조에 익숙하도록 다듬었다. 
 

동국역경원 ‘불교성전’이 부처님의 생애를 비롯해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초기경전과 대승경전 등을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탄생했다. 사진은 석굴암 본존불.
동국역경원 ‘불교성전’이 부처님의 생애를 비롯해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초기경전과 대승경전 등을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탄생했다. 사진은 석굴암 본존불.

재개정판 윤문은 동국대 윤재웅 교수(다르마칼리지 학장)가 맡아, 한자어나 불교용어를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내고, 경전 원본에는 있었으나 기존 ‘불교성전’에서 누락된 내용을 대조하고 찾아내 보완했다. 또 부처님의 생애, 부처님의 설법, 제자들과의 문답 등 전편에서 간결하게 처리된 부분들을 보완해 불교를 잘 모르는 이들도 이해가 쉽도록 구성하려 노력했다. 

윤 교수는 “‘불교성전’ 편찬은 책 한권으로 불교의 정수를 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학문적 엄격성‧문학적 창의성‧국어의 유창함‧전달의 평이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윤문 과정에서 주요하게 염두에 둔 상황을 설명하고, “50년 전 첫 편찬 때 생략된 부분 중 결혼‧성도‧전도 등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 내용들을 복원”했음을 밝혔다.

‘불교성전’이 50년 만에 새 옷을 입는 과정은 그만큼 녹록치 않았다. 경전의 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50년 전 번역 판본과 개개의 경전 발췌 부분에 대한 다른 번역들까지 두루 참조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고 자연스러운 국어로 문장을 재조정해야 하는 일종의 ‘윤문불사’에 다름 아니었다. 

편찬회 관계자들이 2박3일간 합동 강독회를 진행하면서 용어를 확인하고 통일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불교성전’의 특징은 50년 전 원전을 유지하면서도 어휘‧구문‧문장‧맥락 등을 자연스러운 국어문장으로 바꿨고, 번역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은 점이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를 원음에 가깝게 통일시켰고, 부처님의 생애 부분은 평전 형태임을 감안해 읽는 재미를 위해 필요에 따라 작가적 논평과 상상력을 보완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여기에 팔리어 발음은 황순일 교수의 제언과 감수로 최근 학계 흐름에 따라 표기하면서 ‘불교성전’의 현대화라는 재개정판 출간 의미에 근접하도록 했다.

동국대는 재개정판 ‘불교성전’을 영어와 일본어로 제작해서 호텔과 템플스테이 사찰 등에 보급해 외국인들이 불교성전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또한 군포교용으로도 제작해 보급할 계획이다. 부처님의 생애와 초기 및 대승경전의 소개를 바탕으로 한 ‘불교성전’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3만6000원.

한편 동국대는 필수 교양과목 ‘불교와 인간’의 주 교재가 될 ‘불교입문(2만2000원)’을 ‘불교성전’과 함께 발간해 신입생 키트로 제작, 6500여명에 달하는 서울‧경주 캠퍼스 신입생 가정에 배부했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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