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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사람에게는 계급적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바라문을 교화하다

생명을 우열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견해

바라문은 최상계급 주장에
부처님은 평등에 대해 설명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바라문도 결코 다르지 않아

고대 인도 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실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던 때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계급을 나누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지금도 암묵적 계급이 존재한다면, 고대 사회에서의 계급제도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 만약 계급제도를 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혁명에 다름 아니며, 나아가서는 사회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극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부처님은 2500여년전, 계급사회였던 인도사회에서 계급을 부정했던 분이다. 경전 여러 곳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계급을 인정하지 않았던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 ‘맛지마 니까야’93번경 ‘앗살라야나의 경(Assalāyanasutta)’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경은 바라문들이 모여 계급을 부정하는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라문들] 수행자 고따마는 모든 계급의 평등에 관하여 말했다. 누가 수행자 고따마와 이 일에 관하여 대론하겠는가?
바라문들은 이 문제를 제기해 놓고는 서로 자신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가 명망있는 바라문 앗살라야나에게 대론을 부탁하게 된다. 앗살라야나 역시 거절했으나 거듭되는 요청에 부처님과 대론하는 것을 허락하게 된다. 이에 바라문들은 무리를 지어 부처님을 찾아뵙고, 부처님과 앗살라야나의 대론을 지켜보게 된다.

[앗살라야나] 존자 고따마여, 바라문들이 이와 같이 ‘바라문들이야말로 최상의 계급이고, 다른 계급은 저열하다. 바라문들이야말로 밝은 계급이고, 다른 계급은 어둡다. 바라문들이야말로 청정하고, 다른 계급은 그렇지 못하다. 바라문들이야말로 하느님의 적자이고, 그의 입에서 태어난 자이고, 하느님이 만든 자이고, 하느님의 상속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에 관하여 존자 고따마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붓다] 앗살라야나여, 그 바라문의 아내에게도 월경, 임신, 출산, 수유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그 바라문들이 동일한 자궁에서 태어났는데도, ‘바라문들이야말로 최상의 계급이고, 다른 계급은 저열하다. 바라문들이야말로 밝은 계급이고, 다른 계급은 어둡다. 바라문들이야말로 청정하고, 다른 계급은 그렇지 못하다. 바라문들이야말로 하느님의 적자이고, 그의 입에서 태어난 자이고, 하느님이 만든 자이고, 하느님의 상속자이다’라고 말합니까?

하느님이란 말은 브라흐마(Brahmā), 즉 힌두교에서 말하는 창조주를 말한다. 앗살라야나는 바라문이 최고라는 바라문 제일주의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부처님의 의견은 어떠하신지 여쭙고 있다. 이에 부처님은 바라문들은 신의 적자이고, 그의 입에서 태어났으며, 신이 만든 자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대들은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어나 어머니 젖을 먹고 자라지 않았느냐고 묻고 계신 것이다. 즉 그대들이나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나 모두 어머니 배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니 바라문이라고 특별할 게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바라문 앗살라야나는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에도 거듭 바라문이 최고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이에 부처님은 ‘도덕적 삶을 살면 계급과 관계없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가? 잘못된 견해를 갖고 도덕을 파괴하는 삶을 살면 계급과 관계없이 지옥에 태어나는가? 

사라수나 전단수와 같은 훌륭한 나무에 붙은 불과 개 먹이통이나 돼지 먹이통으로 쓰인 나무에 붙은 불은 다른가? 바라문 가문의 아들이나 딸이 왕족의 아들이나 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바라문인가, 크샤뜨리야(왕족) 계급인가?’ 등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람은 계급에 의해 차별될 수 없음을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인간들을 우열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 생명을 우열로 구분하는 것을 ‘잘못된 견해’라고 하셨다.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존재하는 오늘날 이 가르침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앗살라야나는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부처님의 재가신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78호 / 2021년 3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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