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가족갈등

기자명 김효선

갈등·원망 줄이기 위해 대화 필요

황혼육아로 자녀와 갈등 증가
적절한 양육시간 조정 필요
전문가와 문제 조율도 추천

Q.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올해 70세인 저는 온종일 초등학생인 손자 둘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손자들끼리 뛰어놀다 작은 아이가 다쳤습니다. 마침 퇴근하던 딸이 울고 있는 손자를 보고 애를 어떻게 본 거냐며 화를 냈습니다. 애 봐준 공은 없다지만 애들이 크면서 놀다 다칠 수도 있고 그동안 대신해서 양육에 살림살이까지 도와주고 있는데 애가 조금 다쳤다고 찬바람 나게 모진 소리만 하니 속상합니다. 손자 돌보는 것도, 살림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자식한테 못 할 소리 하는 것 같아 참았습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다 보니 화도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한량없는 은혜와 같아서, 양육과정에서 다친 아이에 놀라고 속상한 따님의 말 한마디가 부모의 마음을 식어버리게 할 만큼 큰 상처를 받으신 것 같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황혼육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개학(등교)지연, 원격수업 등 집안에서의 육아가 장기화되며 조부모의 손자녀 돌봄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작년 4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휴교 등으로 인한 자녀 돌봄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조부모, 친척이 대신 돌본다’는 응답이 42.6%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결과만 보아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다수의 어르신들이 자식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손자녀 양육과 살림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난감할 때가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는 상황입니다. 이때 뜻하지 않게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그 즉시 오해와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심각한 가족갈등으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마치 “쇠에서 생긴 녹이 점점 그 쇠를 먹는다”는 ‘법구경’의 구절처럼 마음의 녹은 다른 사람도 죽이지만 자기 자신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음의 녹은, 다름 아닌 원망과 증오심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감옥에 가두고, 자기 주변 환경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더 깊은 갈등과 원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따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자녀들에게 느끼는 마음의 불편함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부모답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고 참는 경우가 많지만 어르신이 먼저 서운함이나 화가났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시면 의외로 갈등과 불만이 쉽게 해소될 수가 있습니다. 그 기회를 삼아 어르신의 입장과 체력의 한계에 맞는 적절한 양육시간 조정과 살림 중에서도 역할과 순위를 정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와 교육기관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맞벌이부부의 경우 긴급돌봄서비스나 방과후교실 등 사회적제도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황혼육아는 손자들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긍정성도 있지만 부모와 자녀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다름과 신체노화로 인한 부담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의 삶을 통제하려 하거나 일방적인 개입을 해서도 관계가 어려워지지만 자식 역시, 부모이기 때문에 바라는 기대치를 당연하게 여기는 일 또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자식사이에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표현과 소통이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해결이 되지 않거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나 지역에 있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서 가족갈등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전문가와 함께 문제의 원인을 찾고 조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효선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과장 hsiris@empas.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