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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들의 출가인연은?

기자명 법보신문
<한암> 금강산 유람하다 장안사서 삭발
<효봉> 판사직에 환멸 3년 방황 끝에 입문
<해안> 목탁·염불 소리 좋아 출가

한국 고승들의 출가동기는 무엇일까? 깨달음을 위해 출가를 한다는 근본취지는 같지만 사실 출가 배경은 다양하다.

한국불교 선종의 중흥조라 불리는 경허 스님의 출가는 그의 모친에 의해서였다. 스님의 나이 9세 때 부친이 타계하자 그의 모친은 어린 아이를 의탁할 만한 곳을 알아보았지만 모두 마땅치 않아 경기도 청계사로 그를 보냈다. 경허 스님은 그곳에서 은사 계허를 만나 삭발계를 받음으로써 불연을 맺었다.

경허 스님의 제자인 만공 스님의 출가배경설은 독특하다. 우선 그의 나이두 살 때 부친이 모친에게 `장차 고승이 될것'이라는 예언을 했다는 점은다른 선사들에게서 찾아 보기 어렵다. 그의 나이 14세 때 김제 금산사에 가서 과세(過歲)하면 오래 산다는 말에 금산사로 갔다. 거기서 부처와 스님을 만나 환희심을 일으켜 집에 돌아왔다가 츨가를 결심, 송광사로 향했다고 한다. 송광사에서는 `이곳에는 훌륭한 스님이 없으니 쌍계사로 가 진암(진암)노사를 만나 청해보라'라는 말을 듣고 쌍계사로 향했다. 그러나 진암노사는 이미 동학사로 떠났고 만공 스님은 동학사로 발길을 돌렸다. 진암노사에게 그 동안의 경위를 설명하자 진암노사는 행자로 머물 것을 허락했다.

유년 시절부터 우주와 인간의 삶에 의문을 던지며 그 해답을 찾고자 방황하다 출가를 결심한 스님도 있다. 대표적인 스님이 오대산에 선풍을 드날렸다는 한암 스님이다.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던 스님은 의문의 그 해답을 찾고자 유년시절을 바쳤다. 유학·경·사·자·집을 두루 섭렵해 보았으나 의문의 해답은 풀지 못했다. 나이 22세 때 금강산 유람은 그에게 불가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예사 사람 같으면 그저 스쳐지났을 기암절벽에서 부처를 보았고, 때로는 보살을 친견하며 새로운 세계를 접한 것이다. 결국 장안사에서 머리를 깎았다.

10년간 법관 생활을 하다 출가를 한 효봉 스님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의 나이 36세 때 한 인간에게 사형을 언도하고는 고뇌한다. `한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에게 사형을 내릴 수 있는가. 무슨 권리로 한 생명을 끊을 수 있는가.' 꼬박 사흘 밤낮을 절규한 스님은 마침내 `내가 있을 곳이 못된다. 화려한 판사옷은 나를 속박하는 쇠사슬일 뿐.' 판사직을 그만 둔 후 3년간 엿장수를 하며 전국을 누빈 효봉 스님은 금강산 신계사에서 석두 스님을 만난다. 효봉 스님의 그릇을 간파한 석두 스님은 그를 제자로 삼아 축발했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부안 내소사 서래선림 조실을 했던 해안 스님은 삶의 무상과 좌절 속에서 출가를 결심한 선사들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인연에 의해 불가에 입문했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수학한 해안은 나이 14세 때 한 붓장사를 만난다. 붓장사로부터 `맹자를 천독한다'는 고매한 한학자가 변산 내소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소사로 발길을 돌린다. 내소사에서 한학자를 만나면서 우연히 만허 선사를 친견하게 된다. 만허선사는 해안이 예사 아이가 아님을 직감하고 제자로 삼기를 원했다. 그는 새벽 종소리와 목탁·염불 소리 그리고 스님들의 예참이 좋아 출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담백한 출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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