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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행의 새로운 방향

기자명 정병조
불교신행은 시대정신의 소산이며 시대정신을 계도해야 할 사상적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불교신행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면 현재와 미래의 정신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21세기가 얼마남지 않았지만 물질적 번영과 과학만능의 풍조가 멈추어지리라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인류의 숙제는 이런 물질적 풍요와 반비례해 가는 정신적 허탈을 치유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정신적 허탈을 메우려는 종교의 노력은 오히려 신비적 주술의 탈을 쓰고 현실에 대한 적개심, 부정,극도의 폐쇄주의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불교는 교설의 관용성과 합리성, 원융성 때문에 이같은 문제점이 조직적으로 나타난 적은 없지만 결속력의 결핍, 아이덴티티확립의 미흡성, 탈속적현실감각 등으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불교의 신행은 현세 이익적 기복성이 두드러진다. 이런 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80년대 이후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교신행은 시대정신의 변모를 전제한 다음 논의돼야 하며 그것은 전통의 바탕 위에 새로운 적응과 미래지향적 안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불교의 궁극적 목표는 성불이며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여러가지 수도의 방편이 제시된다. 이런 수도방편은 믿음을 고양시킨다. 새로운 신행은 고양된 믿음이 특정한 시대의 지배적 경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현대적 개념으로 불교신행을 정리하면 몇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인과의 질서를 믿는 일이다. 근본불교 이래 강조돼온 사섭과 사무량 등은 선량한 인연을 맺기 위한 실천 덕목이며 생명의 실상은 물론 인간의 도덕률 또한 인과적 신행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두번째는 현상세계의 공성을 체득하는 일이다. 현상계는 연기적 관련이기때문에 공하다. 그러나 중생은 이 공의 세계를 외면한다. 미래의 불자는 이공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세번째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일이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지녔다. 그러나 중생들은 그 가능성을 상실한 채 윤회하고 있다. 불교신행은 그것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넷째는 더불어 사는 조화로운 삶의 구현이다. 인간은 조화로운 삶 대신에 이기적 투쟁을 정당화한다. 대승불교의 보살은 조화의 회복을 도모하는 나침반이다. 오탁악세의 현실을 정토로 가꾸고 중생의 삶 속에 여래의 길을보이는 일이다.

다섯째는 생명의 실상을 통찰하고 걸림없는 삶이 돼가는 일이다. 삼보를 믿는 행위는 이타적 기복이 아니라 스스로 해탈을 도모하고 뭇중생을 안락으로 이끄는 보살행이다. 따라서 불교적 신행은 자비와 이타를 실천하는 수행이 된다.

오늘날의 한국불교신행은 이 다섯가지 신행단계를 고루 갖추지 못했다.따라서 새로운 불교신행 정립을 위해서는 그릇된 불교신행을 척결해야 한다.

불교는 80년대이후 사찰이나 신도수 등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이것은 서양종교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불교가 형식적 신행적 측면에서 서양화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한국은 다원종교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원종교상황에서는 종교간의 각축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종교간의 경쟁이 외형적이고 물량적이었다면 미래는 질적 수준이 판가름한다. 질적 수준은 각 종교가 저마다 표방하는 진리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불교의 목표는 자성성불과 정토구현이다.이 이상에 충실하려는 노력과 함께 그 사회화의 구체적 노력이 요구된다.


정병조 /동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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