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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일본 사찰의 입장료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일본 관서지방을 잠깐 돌아보면서 생각난 것이 사찰 입장료다. 일본의대표적 역사도시 쿄토 나라 오사카가 몰려있는 이 지역에 관광꺼리가 많다는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그 관광꺼리 중에도 유독 사찰과 박물관 자료관이 많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 관광시설에는 반드시 입장료가 있었고 특히 문화재를 많이 보존하고 있는 사찰의 경우는 일견 적지않은 금액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물론 입장료 가운데에는 석무대 고분이 2백엔, 아스카 절과 아스카 자료관이 각각 2백 50엔에 그치는 정도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조금 볼꺼리가 많고 지역이 넓으며 유명한 곳의 입장료는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금각사나등대사는 각각 4백 50엔 정도였고 법륭사는 무려 6백엔(한화 약 4천5백원)이나 됐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나라지역의 귤사(橘寺)나 강사(岡寺)는 ‘입산배관료’란 명목으로 3백엔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절의 유물은 얼마 남아있지않지만 산에 들어오는 값을 더 얹어 받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 분배의 내용은 자세히 알 수 없으되 아마도 절의 입장료를 공원입장료와 함께 받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또 하나 관심꺼리는 오사카의 명소인 오사카 성의 입장료는 구내에 있는오사카 시립박물관 입장료 3백엔과 천수각(天守閣) 입장료 5백엔을 각각 따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경우는 사찰입장료(문화재관람료)와 공원입장료 분리징수문제로 시끄러운 우리의 현실을 생각케 한다.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들고나와 심술을 부리며 분규를 일으킨 국립공원 관리공단측의 책임이크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낸 불교계의 대응도 매끄럽고 원만한 것이었다는 인상은 주지않는다. 화가 난다고 산문을 폐쇄한다는것은 근본적으로 일반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자제했어야 할 선택이며 그결과는 국민에게 불교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었다고 할 것이다. 세속의 탐욕을 몽땅 버리고 입산수도하는 스님들이 오히려 욕심이 너무 많은게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사찰이 문화재 보전을 위해 입장료를 통해 상당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리고또 중요한 것은 사찰측이 무조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조용히 실리를 얻는 외교력을 발휘하는 노력이다. 공단측이 심통을 부리지 못하도록 그들을 구슬리는 것은 물론 그 상급기관에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도 사찰 입장료(문화재관람료)가 결코 부당하게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순리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문화재를 보전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안하여보면 지금 조계종이 올려 문제가 된 사찰입장료는 결코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교측이 공원측과 절충하지 않고 오히려 공원입장료 폐지만 주장한다든가,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산문을 폐쇄한다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오히려 정부를 앞세워 공단과 입장료를 합동 징수할 수 있는 곳은 그렇게 하고 그렇게 할 수 없는 곳은 별도 징수하는 방도를 강구하는 합리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불교의 적은국립공원관리공단만이 아니라 어쩌면 국민의 불만을 일으켜 불교를 해치는식의 비이성적 행동일지 모른다.


공종원/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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