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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향기-남장사 주지 성웅 스님

기자명 임연태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포교는 부처님 인연 맺어주는 일"

주민 속으로 다가가는 포교 "효과 만점"
사찰운영 공개, 신도 일체가 형성 원동력

쓰삭 쓰삭 …
성웅 스님(남장사 주지)의 비질하는 소리로 노악산의 아침이 열린다. 아직 발목을 휘감는 여명 사이로 들리는 빗자루 소리는 음악이다. 경내의 티끌은 물론 마음 속 번뇌와 악업을 씻어내는 음악.

성웅 스님은 청소를 잘하는 스님이다. 스님에게 있어 청소는 수행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소재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말끔히 청소할 수 있는 근기를 다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웅 스님은 해인사 강원 학인시절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했다.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감당하는 영웅심이 아니라 더러운 곳일수록 청소를 하고 나면 더 깨끗해 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 사중의 모든 대중들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주변을 말끔히 하고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서원을 다지는 것입니다. 새벽예불에서 발원하고 서원한 자신의 불심을 다시 한번 다잡고 하루를 시작하자는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청소를 잘 하는 성웅 스님은 포교에도 남다른 노하우를 체득하고 있다. 상주지역의 포교 길라잡이 20년. 1978년 남장사 주지를 맡으며 시작된 스님의 지역포교는 이제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행보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추진하는 집중력과 치밀한 계획에 의한 조직관리가 그 비법이다.

스님의 포교영역은 전방위다. 어린이, 청소년, 청장년, 노인복지, 지역문화활성화를 통한 문화포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하루해가 짧게 뛰고 있는 것. 20여년전 남장사 주지를 맡았을 때 상주지역은 그야말로 포교 불모지였다. 척박한 땅일수록 개간에는 많은 시일이 걸린다. 스님의 포교 밭갈이는 기도로 시작됐다. 10년 기도. 처음부터 10년을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안거와 동안거 100일씩 두문불출하며 기도에 전념해 온 것이 10년이 흘렀던 것이다.

스님의 기도원력은 지역 불자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보였다. 아침 저녁 예불에 참여하는 불자가 늘어나고 각종 재일과 정기 법회에 참여하는 불자들이 늘어나며 상주지역 불심이 남장사를 중심으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장사의 분위기를 다잡아 가다가 상주포교당 주지를 겸하게 되면서 스님의 포교 영역은 급격히 확장됐다. 학생법회를 구성하고 어린이 여름불교학교를 운영하면서 새싹포교에 불을 당기게 된 것이다. 이무렵부터 구성된 가야불교학생회와 선재불교학생회 등은 상주불교학생연합회로 확대되어 모범적인 학생회 활동단체로 꼽히고 있다. 3년전 파라미타 지방 지회를 가장 먼저 결성한 것도 그때까지의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스님은 10년 기도를 통해 일군 신도조직을 관리하는데도 남다른 비법을 쓰고 있다. 신도카드를 3백번 단위로 따로 관리하며 법회참여 정도를 꼼꼼히 따져서 관리함으로 세심한 조직관리가 가능했다. 축원카드나 신도카드 외에도 입교원서를 따로 받는데 이 입교원서는 남장사 재적불자 만들기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입교원서는 사찰에 신도로 등록해 기초교리 과정을 공부하고 사찰의 대소사에 남다른 관심과 열의를 가진 신도들을 상대로 발급다. 현재는 2백여명이 입교원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는데 이들이 남장사와 상주지역 불사에 핵심이 되고 있다.

신행과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신도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펼쳐 준 것도 신도조직을 탄탄히 구축할 수 있는 비결로 자리 잡았다.

수행에 모범을 보이고 새싹들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전법의 마당을 넓혀 온 성웅 스님은 96년 상주 시내 서민 아파트촌에서 냉림사회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전방위 포교의 틀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복지, 가정복지, 지역복지, 기타 사업 등 분야에서 연중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30종이 넘는다. 어린이 공부방, 청소년 봉사학교, 노인청춘학교, 무료진료, 노인경로급식, 목욕서비스, 이미용서비스, 밑반찬 전달 서비스, 지역주민 교양강좌, 도움의 전화 운영, 자원봉사자 교육, 실직여성 도배교육, 고적지 탐방 등 계층별 복지사업에 대한 치밀한 계획과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에게 다가가는 복지관의 노력은 포교의 황금그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상락유치원 운영, 모범청소년 장학금지급, 동하계 청소년 어울마당, 마을 청소, 포도밭김매기, 각종 문화 강좌 및 초청공연, 교양대 운영 등 남장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봉사, 교육, 신행 프로그램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포교효과로이어지고 있다.

성웅 스님은 "포교란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 주는 일"이란 점을 강조한다. 각종 봉사와 복지 활동도 결국은 자비의 실천이란 점에서 부처님과 인연을 지어주는 일이므로 봉사와 복지야 말로 포교의 가장 좋은 방편이란 설명이다.

성웅 스님은 사찰의 운영과 재정을 공개한다. 명절을 중심으로 1년에 4차례 신도들에게 사찰 운영 과정을 공개하는데 신도들이 '우리절'이란 자긍심을 갖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파일 결산은 백중에, 백중 결산은 동지에, 동지 결산은 다시 초파일에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시주자의 은혜를 골고루 회향하고 사찰이 신도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할 때 개별 사찰은 물론 지역불교 나아가 한국불교가 활발히 살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운영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데 공개 운영은 보다 다양한 불사와 교육 봉사 포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성웅 스님은 지금까지 구축해 온 다양한 포교 구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역 엘리트는 물론 현장 종사자들과 꾸준한 대화를 갖고 타 지역의 포교사례들도 자주 청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교 일선에 나선 스님이 바른 길을걷는 것"임을 강조하는 스님은 "수행자가 본분을 잘 지키면 재가자들의 불심도 자연스레 증장된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오랜 남장사 불사를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세기를 대비한 포교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범패를 처음 전한 진감국사의 인연도량인 남장사는 불교음악의 초전지다. 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부각시켜 상주지역의 문화의식을 높혀 나갈 생각이다.


상주 = 임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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