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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이야기 9 - 탁발(托鉢)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중상에게 회향하는 불사로 승화해야

탁발은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져온 수행의 한 방법이다. 승려는 의(衣), 식(食), 주(住)에서 파생되는 탐욕을 버리기 위해 예로부터 필요한 몇 가지 옷 외에는 소지할 수 없으며, 음식도 수행에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되 그것도 걸식을 해야 하며, 한 곳에 오래 안주(安住)하면 게으름과 거기에 따른 욕심이 생긴다 하여 정처(定處)도 두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러한 부처님의 큰 뜻은 세속과의 인연을 아주 끊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를 초월하라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아무튼 주어진 음식에만 의존해서 살아가는 습관이, 사원 제도가 확립되고 비구들의 안거(安居)가 허용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것은 이 탁발이 수행의구체적 실천의 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수행인으로서는 탁발에 의한 청빈한 생활을 함으로써 외부로부터의 잡된 욕망을 차단하고, 한편으로는 신자로 하여금 보시의 공덕을 쌓게 한다는 것이 바로 탁발의 가치관이다. 그런데 이러한 탁발의 참뜻이 동남아의 불교국가들에서는 비교적 실천 계승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탁발의 의미가 굴절되고 퇴색되어 오다가 마침내 종단에서는 탁발을 금하는 법까지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탁발의 행위가 수난을 받게 된 것은 그 원인(遠因)도 없지 않으나 그 근인(近因)은 60년대와 70년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식량해결이 어려운 깊은 암자나 토굴에서 수행하던 비구들이 여법(如法)하게 탁발을 해오기는 했으나 차츰 불교가 생활속으로 접근하고, 사찰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 출가자도 불어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사찰은 이들을 수용만 했을 뿐 이들에 대한 교육 미비로 자질문제가 발생했고, 또 의, 식, 주외의 생활보장은 전무(全無)했다. 여비가 없어 발이 묶이고, 병이 들어 죽어도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이래서 생활에 직접 위협을 느낀 비구들은 하나 둘 발우를 들고 탁발 아닌 구걸로 약값이나 여비 등을 마련하려 나서게 된 것이 그 원인이 되어 차츰 그 수가 불어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길거리 곳곳에서 탁발하는 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탁발을 위장한 가짜 승려, 가짜 보살, 걸인들까지도 승복을 걸치고 탁발승으로 위장했고, 거기에다 탁발승으로 위장한 사기꾼에 의해 금품을 사기당하는 일이 속출해 사회적인 큰 물의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를 통제할 능력마저 없던 총무원은 결국 이를 단속하기 위해 사법 당국에 의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래서 사법경관이 탁발하는 사람을 보면 승려증을 요구하거나 뒤에 다가가 아무런 말도 없이 빵모자 속으로 손을 쑥 밀어 넣는 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렀다. 대개 가짜 승려는 스포츠형 머리에 빵모자를 눌러쓰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좋은 탁발의 의미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래 저래 불교와 승려의 위상을 추락시킨 행태로 변질되어 왔지만 이탁발의 참의미를 오늘에 다시 되살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탁발은 금해야 한다.

탁발이 세인들로부터 외면당하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부산 ㅂ사찰에서는, 59년도 9월에 입은 사라호 태풍의 수재민을 돕기 위해 그 다음해에 약60여명의 승려를 동원하여 탁발을 벌였다. 큰스님이 앞장서고 길 양편으로 나뉘어진 승려들이 목탁을 치며 부산거리를 지나가자 수많은 불자들이 합장하며 모금함에 보시하는 광경은 참으로 장엄했다. 그날 동래에서 온천장을 경영하는 보살의 호의로 온천을 하고 돌아가는 승려들은 모두가 기쁜 마음이었다. 본사를 중심으로 1년에 한번만이라도 이런 탁발의 의미를 되살려서 부처님의 뜻을 사회와 중생을 위해 회향하는 불사(佛事)를 짓는다면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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