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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불상 철거하라는 기독교인들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새로 지은 인천구치소 안에 인천불교연합회가 3천만원을 들여 4m짜리 석불을 세웠다. 민원실 입구 화단에 세워진 이 불상은 수감자들에게 부처님의자비를 전하고 아울러 인천 불교인들의 한결같은 불심을 표하는 상징물로서적잖은 역할을 하리라 믿어진다.

하지만 최근 뜻밖에 기독교계가 이 불상의 철거주장을 제기하는데 그치지않고 대규모 집회까지 열어서 인천 구치소에 압력을 가하고 동시에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함부로 하면서 불교계를 자극하고 있다.

인천시 기독교총연합회가 10월 23일 기독교인 3천명을 동원해 인천실내체육관에서 연 ‘불상철거 결의기도대회’가 매스컴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서 불교인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기독교측이 제기하고 있는 불상철거 주장의 근거는 대체로 두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은 왜 공공기관인 구치소에 특정 종교시설인 불상을 세우느냐는 것이고 또 세우려면 구치소 법당에 세울 것인지 왜 재소자가 잘 볼 수 없는 화단에 세웠느냐는 것이며, 또 세우려면 조그많게 세울것이지 옆에 있는 1.5m 높이의 성모마리아상보다 월등히 크게 세웠느냐는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이들 기독교도들의 진정한 이유는 공공기관의 정문 가까이에 자신의 종교상징물이 아닌 다른 종교의 대형조형물을 세운 것은 못봐주겠다는것이겠다. 가톨릭의 성모상이 세워져있는 것에 대해 한마디 불만도 없는 것을 보면 개신교와 가톨릭이 같은 기독교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인천구치소에 의해 분명히 거부되고 있다. 구치소가 공공기관이기는 하지만 사랑과 자비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재소자들을대상으로 전개되는 각 종교들의 교화활동을 거부할 수 없으며, 더욱이 이미세운 종교상징물을 다른 교단의 반대가 있다고 철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의 구치소에는 각 종교단체의 종교시설이 적잖게 마련되고 있어서 불상만해도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 15곳에 이미 세워져 있는 판이다.

그런데 만일 기독교계가 반대한다고 유독 인천 구치소만이 불상을 철거한다면 불교계가 이를 용납할 리가 없다.

불교계는 오히려 기독교계가 이렇듯 남의 종교의 상징물을 철거하라 마라하면서 대규모 집당행사를 벌이는 저의가 과연 무엇인가하는데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종교상징물이 크게 세워진 것이 마음에 걸리면 거기에 예수님상을 세우면 될 일인데 뒤늦게 남의 종교활동을 침해하는 듯한 공격성을 보이는 것은 위험천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교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그 기독교인들의 불상철거 결의집회가 ‘우상은 망국이다. 탈법불상 철폐하라’는 피켓까지 보이고 있다는점이다.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심을 과시하는 것이야 탓할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남의 종교를 우상숭배라고 몰아부치고 감히 ‘불상을 우상’이라고 단정하며 망국운운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면 이는 종교간의 화합을 위해서나 함께 살아가야 할 국민의 통합을 위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일방적 배척과 공격을 받으면서 기독교인의 사랑을 믿을 불교인이 과연 이땅에 몇명이나 남을 것인지 걱정되지 않을 수없다. 정말 진실한 기독교인이라면 공연히 남의 종교를 헐뜯으며 종교갈등을 조장하는 어리석은 집당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공종원/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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