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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계화의 과제

기자명 박성배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민족이나 국가를 앞세울 때보다 뭔가 앞서 가는 것 같아서 흐뭇한 느낌도 들지만 동시에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세계화의 주역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 세계화는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애써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업의 주인공인 우리 국민들이 세계화가 무슨 말인 지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케 한다.

둘째, 세계화의 원리와 방법이 뚜렷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한 예를 불교의 경우에서 보면, 일개 지역 종교에 불과했던 불교가 얼마 안있어 당당한 세계종교로 성장하였다. 불교는 세계종교로 될 수 있는 원리를 가지고 있었다. 무아의 진리를 깨닫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한 종교단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이 세계화될 수 있는 원리와 방법은 응당 불교의 경우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 바람은 관이 주도하는 바람이다. 관은 항상 국가를 전제하며, 국가는 철두철미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간혹 국가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고 무도한 짓이 주저없이 자행되는 것도 국가가 지니는 이러한 이익추구집단적인 성격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를 악의 상징처럼 매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관이 세계화를 부르짖고 나왔다. 대한민국의 이러한 거동을 보고 이웃 나라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세계화라는 말이 나쁜 말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막힌 말이 아니라 트인 말이고, 어두운 말이 아니라 밝은 말이며 소극적이거나 파괴적인 말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말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세계화란 말은 사람들의 꿈나무노릇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들은 지금 세계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우리 나라의 세계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화가 실현되려면 먼저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첫째, 국민이 깨어야겠다. 세계화가 된다하여 갑자기 뭐가 크게 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세계화라면 영어권 사람들은 이미 다 세계화되어 있다는 말인가. 웃기는 이야기다.

둘째, 국민이 깨어나기까지 관이 앞장서지 않을 수 없다면 우리의 관은 종래의 관이 아님을 만천하에 밝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관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타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종래의 관이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이웃나라들과 화목하게 함께 사는 이론의 개발이 시급하다. 경제제일주의에 입각, 무한경쟁 운운하면서 세계화를 내세우면 그런 세계화는 구태의연한 침략주의의 한 변형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세계화는 개념의 자기모순때문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의 세계화가 정치 또는 경제 일변도의 세계화가 아니라 문화적인 세계화이기를 바란다. 세계 각국의 다른 문화들을 모두 다 잘받아 들여 소화하면서 우리의 문화를 세계 각국에 잘 소개하는 일은 세계화의 백미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리하여 상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서로 존중하면서 여러 나라들이 화목하게 함께 사는 것이 세계화의 참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 함께 잘 살자는 세계화를 우리는 바랄 뿐, 다른 나라야 망하든 말든 우리나라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세계화를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피를 나눈 동포하고도 함께 살지 못했다.

남북이 함께 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일은 세계화 작업의 첫 시험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난 날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시민답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박 성 배-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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