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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교황의 불교이해

기자명 박성배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 1월 22일.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뉴욕 타임즈>지는 가톨릭 교황이스리랑카의 불교도들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크게 보도했다.<관련기사 6면> 세계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종교간의 대화를 위해 올해 73세의 교황은 스리랑카를 방문, 불교계 지도자들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지의 불교지도자들은 이 회의를 보이코트했다. 이것은 지난 1월 21일의 일이었다.

스리랑카의 불교계 지도자들은 얼마전에도 교황의 불교이해에 대해서 큰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었다. 교황은 지난 해에 당신의 믿음과 소망을 밝힌한권의 책을 출판하였다. 란 제목으로 영역된 이 책은 지금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 책에서 교황은 <불교가이 세상을 악으로 보고 있으며, 불교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세상에대해서 철두철미하게 무관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사회와 함께 사는 남방의 불교인들이 가만 있을 리는 없다.

그의 불교론은 요즘 서구의 기독교인들 가운데에 불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대한 교항으로서의 심각한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 책에서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며서 결국 양자는 크게다르다는 점을 어세를 높이면서 강조하고 있다. 솔직한 것도 좋고, 두 종교를 비교한 것도 좋고, 당신이 믿는 종교의 장점을 강조한 것도 좋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교황의 불교이해가 수준이하였다는 사실이다.

교황은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불교공부를 전혀 하지 아니한 채 불교를 자기의 종교와 비교하고 또한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일종의 연구 방법론상의 오류를 범한 셈이다. 이러한 오류의 결과는 오해와 왜곡으로 이어지기마련이다.

인간관계에서 오해만큼 고약한 것도 없다. 오해하는 사람과오해받는 사람의 관계는 항상 나쁘기 마련이다. 오해는 종종 사람들을 살육의 수라장으로 몰고 갔었다. 그런데 항상 인류의 평화를 갈망하고 종교간의대화를 위해 애쓴다는 교황이 불교를 이렇게까지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정말 믿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든 일이다.

교황이 정말 종교간의 대화를 갈망했다면 자기 종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만큼 타 종교에 대한 이해도 심화시켰어야 했다.아쇼카왕 때의 인도 문화,중국의 당문화, 한국의 신라문화, 일본의 나라문화는 각각 그나라에서가장 찬란한 문화였다. 그리고 이런 문화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불교문화이었다.만일 교황의 불교공부가 이 정도로까지만 심화되었었더라면 그는 불교에대해서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가 그것을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불교는 항상 사바세가곧 극락세계요 일체중생이 모두 부처님이라고 가르치면서 이 세상에서 중생을 위해 봉사하고 이 세상에 극락정토를 구현하라고 했다. 오늘날 불교인들이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따로 다루어야 한다. 교황이 만일이러한 사정을 잘 알았다면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황은 지금까지 세상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그를 평화의 사도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교황 한 사람의 잘못된 불교이해때문에 이 세상의 많은사람들이 불교를 오해하게 된다면 이 잘못은 누가 바로 잡을 것인가. 우선교황 자신부터 바로 잡는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에 있다.스리랑카 정부의 문화와 종교를 관장하는 장관은 불교지도자들의 무례를나무랐다고 전하지만 그것은 국가간의 외교적인 차원에서 하는 말일것이다.우리는 교황이 진정 평화의 사도노릇을 계속해 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도그의 반성과 자각을 촉구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박 성 배<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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