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에 일이다. 단일계단에 소임을 볼 때였다. 지금 나를 질시하는 스님들로부터 신체검사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계단회의 결의를 거쳐 다음 해에 시행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로 회의를 마쳤다. 그런데 다음 해에 수계살림에 앞서 열린 계단회의에서 신체검사 건에 대해 결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 다음해 수계살림 시행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계단의 유나는 수계살림을 운영함에 있어 관리와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지, 새로운 법을 시행 유무가 유나에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행하지 못함이 유나 때문인 것처럼 언어도단의 말을 한다.
나는 구족계 때 꼭 신체검사를 해야 할 대상 스님들을 직접 본 바는 없다. 그런데 들은 바에 의하면 행자교육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은 뒤에 신체검사 때 불합격되는 일들을 다시 복원한다고 들었다.
가유타이가 부처님께서 “이렇게 하지 말라.” 하니, 저렇게 하고, “저렇게 하지 말라.” 하니, 이렇게 했던 것처럼, 그 신체 부위를 복원하는 스님들도 마치 가유타이 같은 마음에서인가? 아니면 세속의 습이 남아서인가? 궁금하다.
여하튼 신체검사를 복원한 그 스님들 덕분에 나는 후배 스님들로부터 답파마라 비구처럼 열심히 소임을 살고도 애매한 소리를 듣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왕위에 올랐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를 조아리고 무조건 ‘지당하오신 분부시옵니다’ 또는 ‘망극하옵니다’ 하니 세상 재미가 없었다. 무학대사를 만났을 때 태조는 장난을 걸었다. 먼저 태조가 농담을 했다.
“대사의 얼굴은 꼭 도야지 같소.”
무학대사는 “상감마마의 얼굴은 부처님 같으십니다.”하니, 태조는 무학대사에게 따졌다.
“아니, 농담을 하는데 아부를 하면 어찌하오”
무학대사는 “아부가 아니올시다”했다.
태조는 “아부가 아니라니? 부처님 같다고 추켜세우지 않았소”하니,
무학대사는 “아니올시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이올시다”했다 한다.
나를 부처로 봐주면 부처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부처로 봐 달라고 하지 않는다. 진실 그대로만 봐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신체검사 때 불합격되는 일들을 사미계를 받고는 복원시킨 스님들이나, 왜 그 스님들을 구족계 수계살림 때 재검사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스님들 모두 부처로 보고 싶다.
파계사 영산율원장
vinayabul@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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