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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큰스님 영전에 올리는 글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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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문중 이뤄 유지 계승”

11월 29일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일타 큰스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막상 애도의 글을 올리려니 충격과 슬픔에 손가락이 떨리고 눈시울이 절로 흐려옴을 막을 수 없습니다.

평소 존경해 오던 큰스님을 제가 처음 친견한 것은 1967년도 봄, 당시 대학 1학년 때로 기억됩니다. 사형인 성진 스님과 함께 스님을 모시고 강원도 화지리 도피안사 포교당에서 군승병을 하고 있던 혜인 스님이 열었던 보살계 수계법회에 참석했던 일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스님의 온화한 모습과 부드러운 음성, 청산유수와 같은 법문에 최전방 산골짜기에 구름처럼 모여든 장병과 신도들은 물론이요, 저 또한 흠뻑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때 “나도 일타 큰스님의 회상에서 그분의 가르침(法)을 따라 훌륭한 스님이 되어야겠다. 일타 스님의 법을 따르라는 뜻으로 나의 은사 스님(秋潭)께서 내 법명을 법타(法陀)라고 지어준 것 아닌가”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는 스님께 제자로 받아들여줄 것을 간곡히 청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1974년 통도사에서 열린 당신의 은사이신 고경(古鏡) 노스님의 재일법회날에 친히 건당(建幢)을 허락해 주시며 포은(包隱)이라는 법호를 내려주셨습니다. 그러나 포은이라는 법호는 마침 가까이 지내는 사형 성진 스님의 법호인 포운(包雲)과 발음이 비슷하여 몇 해 전 법호를 바꿔 주기를 청하였는데도, 싫은 표정 한번 짓지 않으시고는 새롭게 법호를 내려주셨습니다. “그래, 법타는 남한과 북한을 좇아 다니며 통일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 그 일로 옥고도 치렀으니 부처님의 중도사상으로 민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남북평화통일과 민족화합을 성취시키라는 뜻으로 중화(中和)라고 하지.” 하시며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94년 7월 신공안정국 당시 평양과 금강산 먼저 갔다왔다는 죄(?)로 국가보안법 위반(제7조 고무찬양 : 이 조항은 유엔에서도 특히 인권유린 정치악용을 이유로 철폐를 촉구한 조항이다.) 혐의로 본의 아니게 감옥살이를 하였을 때도 스님께서는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큰 일을 하려면 그에 따르는 마장(魔障)이 따르는 법, 마침 나라에서 너에게 쉴 것을 명령했으니, 지금 있는 그곳이 나라에서 마련해준 선방인줄 알고 열심히 참선정진을 해야 할 것이야.” 편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부까지 짓물러질 정도로 뇌리를 가득 채웠던 분한 마음이 봄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그래, 감방에 앉아 정권을 원망하고 분노의 칼을 가느니, 이 기회에 정진을 거듭해 참나를 찾아야겠다.” 저는 그때까지 가졌던 억울한 마음을 완전히 돌릴 수 있었고, 이후 영어의 생활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스님, 상좌와 증손상좌에 이르기까지 모두 250여 명에 이르는 저희 제자들은 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더욱 가열 찬 수행정진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간 보살계를 받은 수십만 명의 신도들도 스님의 고귀한 가르침을 잊지 않고 불제자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갈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스님을 가까이 친견할 수 없게 됐으니 하늘이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그러나 큰스님께서 늘 들려주시고 당부했던 가르침들을 믿고 따르는 길이 저희들이 스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문도제자들을 대표해 스님의 영전에 간절한 다짐을 올리고자 합니다.

“스님, 시신을 화장하여 미국의 산과 태평양에 뿌릴지언정 한국까지 가져가지 말라는 유교를 어긴 이 제자들을 지극한 존경과 사모의 정으로 그랬거니 하는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신심·계행·원력을 생명으로 호지하여 각자가 일념무생법인(一念無生法印)을 관하라.’ ‘생사와 열반이 일찍이 꿈이려니(生死涅槃曾是夢) 산은 높고 바다는 넓어 서로 방해롭지 않다.’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기면서 자애와 온기로 넘쳤던 큰스님을 마음에 새기며 화합문중으로 큰스님의 뜻을 잇겠습니다. 큰스님의 발원대로 다시 이 사바에 나투소서. 나무아미타불.”


은제자(恩弟子) 중화법타(中和法陀) 분향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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