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화’모두 사라질 판

기자명 김형규

허술한 불화관리 이대론 안된다

15년간 186점 도난…국보·보물 지정 겨우 48점
절차 복잡…일부 문화재위원 종교색 들어 외면

‘불화(佛畵)’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종단과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올해도 도난이나 훼손으로 사라지는 불화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0년 1월 현재 국보로 지정된 불화는 모두 9점, 보물로 지정된 불화는 39점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불화가 대략 5,000여 점임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조계종 문화부가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따르면 84년부터 99년 6월 현재까지 도난 당한 불화는 모두 186점. 알려지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200여 점이 훨씬 넘는다. 이 중 작년 3월에 도난 당한 선암사 화엄경변상도(華嚴經變相圖)는 국내에 몇 점 남지 않은 조선후기의 역작으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비지정인 관계로 처벌이 경미할 뿐만 아니라 사진조차 남아있지 않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불화에 대한 문화재 지정을 위한 마지막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불화를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 문화재청과 종단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현재 문화재가 유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소유주가 거주하는 시·군에 접수를 한 다음 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시 문화재청으로 올라오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불화 한 점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불화의 문화재 지정이 미비한 것에 대해 제도개선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해당 사찰에서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담당 공무원이나 심사를 맡은 문화재 위원이 종교적인 이유로 지정을 미루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 불화의 문화재 지정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윤광진씨는 “문화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종교의 문화재가 너무 많다는 반발이 많아 불화의 문화재 지정이 늦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응이 안일하기는 조계종 경우도 마찬가지.

지난해 조계종 문화부에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하며 불화 도난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부족한 예산과 인원부족으로 전국 사찰에 있는 불화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는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월정사 성보문화재 30여 점에 대해 지정문화재 심사를 강원도에 의뢰했지만 종단 사태로 이마저 흐지부지된 상태. 95년부터 전국 본·말사를 중심으로 불화를 조사하고 있는 성보문화재연구원의 이희갑씨는 “불화에 대한 조사가 끝난 후 도난 당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며 “그 중에는 보물이나 국보로써 손색이 없는 불화도 다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국대 미술학과 문명대 교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조계종 문화부에서 직접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도난이 많은 ‘후불탱’ 등 큰 불화를 중심으로 문화재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