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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불교계 무엇이 달라졌나

기자명 법보신문

변혁기 맞아 급속한 '양적' 팽창

〈법보신문〉은 지난 10년 정체됐던 불교계에 변화와 개혁을 추동하고자혼신의 힘을 쏟아부으며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나날을 보내왔다. 작은 힘이지만 불교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 속에서 불교가 새롭게 일어설 수 있도록그 중심에 서서 필봉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같다. 그러나 〈법보신문〉은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할 일이 남아 있음으로 해서 다시 개혁과 변화를 향한 시동을 힘차게 걸 것이다. 〈법보신문〉이 함께했던 불교계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것은 이같은 법보만이 가진 불굴의 의지를 확인하고 다시 다지는 것에 다름아니다. 〈편집자〉

◆불교종단
〈법보신문〉이 창간되던 때인 88년 5월은 불교종단에 있어 가장 큰 변혁기였다. 이 해 5월 28일 불교의 자율권을 가로막는 악법(이하 불재법)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던 불교재산관리법이 폐지된 것이다. 전통사찰보존법이라는 대체입법이 이 날자로 발효되긴 했지만, 모든 종단들은 불재법 폐지와함께 임의단체로 위상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각 종단마다 심각한 내홍과분열이 뒤따랐다. 종단협의회 소속 18개 종단 체제를 유지해왔던 불교종단질서가 사찰들의 탈종 러시와 함께 기존 종단이 분종(分宗) 되거나 새로운종단이 잇따라 창종(創宗)되면서 급격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후 각 종단들은 임의단체에서 벗어나 보다 공신력 있는 단체로 거듭나고자 재단법인 등록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같은 경향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거의 모든 전통사찰을 소유한 조계종은 불재법 폐지에 따른 영향을 크게받지는 않았다. 다만 전통사찰보존법상 신임주지 신고조항이 남아있었고, 이를 악용해 종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정치승들의 행태가 물의를 일으키기도했다. 특히 8년간 장기집권을 했던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지난 94년 3선집권을 강행했다가 범종추 등 이른바 개혁세력에 의해 물리적으로 축출되는 대혼란을 겪기도 했다. 천태종이나 진각종 등 비교적 종단체계가 안정돼 있는 곳들은 흔들림없이 종단을 발전시켜왔지만, 태고종 등 사설사암 위주의 종단들은 계속 이어지는 종단내부의 문제로 발전보다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어쨌든 불교계는 지난 10년간 70∼80여개에 달하는 종단들이 양산돼 숫자상으로서는 종단춘추전국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불교운동
10년전 불교운동의 주 이슈는 사회적으로 민주화 운동 참여와 교단적으로10·27법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었다. 또 1988년 4월 `민족화합 올림픽추진불교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통일운동이 불교운동의 주된 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나 88년 6월 발생한 이른바 `봉은사 사태'는 불교민주화라는 또다른화두를 던져주는 등 당시의 불교운동 방향은 동시다발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민주화 보다 종단민주화가 자연스럽게 불교운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러한 방향이 뿌리가 되어 94년 역사적인 종단개혁불사를 이루어내는 근간이 되었다. 94년 종단개혁 이후 불교계의 운동의 방향은 크게 종단민주화의 정립과 불교자주화의 확립이라는두 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재가불교운동은 일부 스님들의 시봉차원에서진행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불교운동은 인도의 암베드카르와 같은 재가운동지도자가 탄생할 때 다가올 21세기를 선도적으로 이끌리딩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교학술
학술분야는 10년 전과 현재가 크게 변화하지 않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에 학계에서 지적되었던 문제가 현재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불교학 연구의 기초자료들에 대한 축적이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문의 편중 현상이 전혀 시정되지 않은 것도 지적되는 사항이다. 학계의연구풍토는 주로 한국에서 이루어진 불교사상이나 역사에 치중돼 왔다. 그러나 한국불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 선행되어야 할 인도나 중국의 불교사상·역사에 대한 연구는 아직껏 미진한 상태다. 한국불교사 중에서도 근·현대불교사는 거의 연구되지 않는 분야다.

10년 전에 불교학계는 불교사상의 현대적 조명과 사회변화에 대한 불교적해석을 활발히 진행했었다. 당시 민중불교에 대한 불교학적 논의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현재의 학계에서는 비동국대 학맥의 활동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고,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불교학 연구의 기초를다지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불교문화
문화는 불교전반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에는 볼만한 전시회나 음악회가 연중 열 손가락도 채우기 힘들만큼 드물게 개최되었으나 요즈음은 불자들이 관련행사를 골라가며 동참할 수있을 정도로 많아졌다. 내용적 다양화, 고급화가 이루어졌고 행사규모도 대형화의 길을 열었다.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지난 10년간 비로소 제자리를 잡았으며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새 불교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현대적 불교조각, 불교건축, 창작무용, 국악찬불가, 불교꽃꽂이, 불음가요, 불교사진이 불자들 곁에 늘 함께하게 되었다.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와 연극도 한동안 붐을 이뤘다.

불교음악과 불교무용 발전의 전초 구실을 할 국악과가 4년전 동국대에 설치됐으며, 97년에는 불교회화만을 연구하는 대학원(용인대)까지 생겨났다. 불교문화가 두드러진 발전을 보일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불교문화를 전파하고 수용하는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합창단과 같은 관련단체,동호회의 창립이 줄을 이었고, 각 분야마다 전문인력의 유입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두 번째 요인은 불교언론의 활성화와 불교의 대중화(생활불교화)이다. 주간지로 발행되는 불교언론이 〈법보신문〉에 이어 3개나 더 창간되고

〈불교방송〉과 〈불교텔레비전〉의 탄생도 불교문화행사에 대한 전문적 홍보기구가 됐다. 숨은 작가의 발굴, 새 경향에 대한 발빠른 보도를 통한 전국적인 정보 교류는 불교문화의 내용면에서 높은 수준으로의 향상을 불렀다.

◆불교출판
출판계도 지난 10년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과거 법보시용 소책자나 스님들의 법문집 출간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종류의 책이 쏟아져나왔다. 학술서, 교리서, 경전, 신행, 문학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불교 교리를 알기쉽게 설명한 책이나 불교 상식을 담은 책은 불자들의 의식개혁을 선도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무조건 믿는 불교에서 `알고 믿는'불교로 신행흐름이 차츰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학술적 또한 많아졌다. 과거 전문학술서적이라야 80년대 후반까지 20여권정도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한 출판사만해도 40여권이 넘는 학술서를 출간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외국의 학술서 번역 출간에 치중한 반면 지금은 국내 필진에 의한 학술서가 많아졌다. 문화재와 관련된 책도 대폭 중가해 불교문화재를 보는 눈높이가 높아졌다.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편집과 디자인도 많이 변화됐다. 출판사들은 일반 서적과 경쟁을 해도 뒤지지않을 만큼 세련된 편집과 표지 디자인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러한 경향은 책 한권을 법보시로 끝내는 과거의 행태와는 다르게 불자나 일반인들에게 당당히 어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상업적인 경쟁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불교환경운동
교계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90년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이 개원하면서 생태학교, 생명운동아카데미, 일반시민환경단체와의 연대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부터다. 이후 92년에 공해추방불교인 모임, 환경지킴이 감시단, 경불련 환경모임 등이 결성됐다. 이후95년 지방자치제제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자치단체들은 재정확보를 위해 국립공원과 사찰 주변에 위락시설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94년 해인사 유락단지조성 및 범어사 경동아파트 시공계획, 95년 경주 고속철도 통과안 등 문제가 대두되면서 교계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이고 조직적으로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주고속철도 반대 운동은 교계와 환경단체가 연대해 1백만명의 서명을 받아내고 백지화시키는 성과를 가져왔다. 조계종단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96년 12월 사찰환경보존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전담케 하고 있다.

그러나 교계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방어적 환경운동'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생태계 살리기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불교복지
불교 복지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당시 불교 복지 시설은 88년 10월에 개원한 목동청소년회관 외에는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지금의 `어린이 집'에 해당하는 유아원 역시 10여 곳에불과했다. 그러나 98년 5월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불교 사회복지법인수만도 40여개에 이르며 사회복지관도 30여 곳에 달한다. 노인 치매센터를비롯한 요양원 등 노인 복지 시설 수도 20여곳이 넘는다. 어린이 집과 유치원 수는 전국적으로 4백여곳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교 복지는 질적인 면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각 사회복지법인간의 공식적인 교류 창구가 없다는 점, 불교 복지 전문인력 확충을 위한 교육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폭 넓은 복지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IMF 시대에 들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복지 기관들이 정부의 각종 지원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불교 복지의 효과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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