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은칼럼 : 사미 10계의 소천스님

기자명 고은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1
신소천스님 생각이 난다. 살짝곰보의 검으잡잡한 얼굴인데 말소리는오순도순했다. 거의 40년이 되는 지난날의 그를 두고 젊은 내가 "저 늙은사미승! 저 늙은 화상은 말할 때보다 글을 쓸 때가 더 많아"라고 다 들리도록 말해도 그런 조롱을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사실인즉 그 스님과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자승이라는연대감이 일어서 나와는 자별했다.

초파일이다 납월팔일이다 해서 그런 명절을 앞두고 신문이나 잡지에불교에 관한 소견을 발표할 때는 내가 그분의 원고를 소개하기도 했던것이다.

대각사 주지 소임에도 불구하고 경전을 해설하는 일에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대각회라는 신앙단체가 전후 서울의 새로운 불교운동을 펴게 된것도 그분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분은 사미계만 받고 그 이상의 비구계 2백50계니 보살계니를전혀 사절한 영원한 사미승이었던 것이다.

"나한테는 사미10계도 버거워요"

이 말 한 마디는 자칫 우리들을 숙연케 하고도 남았다.

본디 그분은 젊은 시절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단체에 동참했다. 독립군사관 연성소도 필업했다. 그런 다음 그가 처음 총을 쏘아야할 대상이 일본군이 아니라 그가 속해있는 단체와 적대관계인 다른 독립운동단체의군대였다.

그러니까 각 독립군끼리의 불화야말로 한동안 만주 산야의 커다란 모순이아닐 수 없었다. 젊은 신소천은 그 길로 총을 반납하고 그곳을 떠나 식민지시대의 국내로 돌아와서 불교 거사로 반승반속 편력을 일삼았다.

그러다가 못이기는듯이 뒤늦게 사미계를 받았던 것이다.

오늘 따라 그가 10계 이상의 수계를 거부한 사실이 떠오른다.

김자운스님의 그 노처녀같은 목소리도 이어서 떠오르거니와 그 율사로서의 존재이유는 특히 비구승단 정화불사를 전후해서 승니의 본분을 지키는데서 긴요한 바 있었다.

이어서 한 시절의 도반이었던 가야산 율주 일타스님의 손가락 넷을 불에지져서 없앤 그 전율의 주먹도 떠오른다. 그의 일가족, 머슴까지 포함한일가족 집단출가의 인연자체가 출세간의 의미를 사뭇 비장하게 만들었고그런 나머지 그의 수계식에서 손가락을 다 태운 사실은 한 또래의 도반운문스님과 함께 범상치 않는 신심과 원력을 표상하고 있다.

운문은 그 뒤 어린이 포교에 나섰거니와 일타는 고로들이 하나하나 떠난뒤 당대의 율주로서 해인사 지족암에서 그 위용을 떨치는 판이다. 실로소중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최근 그의 범망경 불사는 과연 뜻있는 것이었다. 나더러도 한번 읽어보라고 보내왔다.

계율이란 부처님 당시의 원시교단이 성립되면서 생겨난 수행과 전법의규범이다. 그것은 같은 무렵의 자이나교의 엄중한 계율주의보다 훨씬유연한 바있었다. 이른바 수범수제가 아니므로 매우 자율적이었다.

부처님 당시에도 교단 내에 악행을 저지르는 육군비구의 비구 비구니가있어서 그것이 교단의 골치거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본계율을 정한 뒤에도 그것의 불완전성을 타파하는 구족의계율이 펼쳐진 것이다.

불교의 덕목인 6바라밀 가운데 지계가 있고 수행자의 원칙인 3학의 계.정.혜야말로 한두마디로 지나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 교구 본사의 금강계단이나 여러 계단에서받는 구족계의 수많은 항목 하나하나를 지킬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어떤대답이 있겠는가.

더구나 그런 사실을 지.범.개.차의 이치를 변명으로 삼는 바는 좋지않다. 계율의 오랜 구족적 의의를 상투적으로 계승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계율의 간소화가 절실하다. 그래서 소천스님의 사미10계가 생각나는것이다.


고은 /본지 상임고문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