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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사라진 인륜

기자명 향적 스님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어린 유치원생을 성추행하고 10대 소녀가장을 이웃 어른들이 집단으로 성추행한 사건이 터졌다.

국민들은 또다시 교육의 헛점을 지적하면서 학교에서의 피상적인 성교육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도 학생들에게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성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였다. 이 사건이 우리를 참담하게 하는 것은 개선방안의시시비비가 아니다. 기성세대가 어떻게 교육을 받았기에,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우리사회의 인륜이 어디로 사라졌기에 이토록까지의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그동안 정부는 사회에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때마다 교육을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법석을 떨며 즉흥적으로 대처해 왔다. 국민들은 그러한 모습에 너무 익숙해 있어 우리교육정책을 백년대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고 교육부장관이 바뀔때마다 새로운 교육안과 교육개혁안이 입안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리고 대학입시때마다 문제점이 야기되자 해마다 입시제도가 바뀌고 있다.

현정부도 출범하자마자 대통령직속기구로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하였다.주로 미국에서 유학한 교수들로 성원하여 교육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식교육제도를 모델로하여 우리사회의 제반문제해결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지만, 교개위에서 내놓은 안을 보면 `역시나'이다.

지금까지 나온 교육개혁안들은 한결같이 인간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향하며 도덕과 윤리성 회복 문제에 중점을 둔 전인교육을 위한 교육법이라고공언하지만 사회는 날이갈수록 살벌해지고 전에 없었던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것은 국가 경제발전에만 초점을 맞춘 자본의 논리가 그대로 교육법에 드러나고 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선행을 행하는 것보다 이 사회에서 출세할수 있는 과목인 영어˙수학을 더 잘하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에 대해서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디서 잘못되었나.

한국의 전통교육제도를 계승발전시키지 못하고 무조건 서구의 문화와 사상을 수용하면 다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인양 착각한 천민자본주의의 과오이다.국내 유수대학의 석˙박사를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간 한국학생에게 그대학교수가 한국의 원효스님의 사상을 알기 위해 질문하자 대답을 못한 학생에게 `다시 한국에 가서 한국의 사상을 다 섭렵하고 나서 유학오라'고 돌려보낸 적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교육은 우리가 두발을 굳건히 딛고 있는이 땅에 대한 삶과 사상을 체득하는 것이다.

세계화교육은 잡다한 지식의획득이나 서구화가 아니라 우리의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단순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1600년간 민족의 문화를 꽃피우고 보살도사상 실현으로 진정한 민주주의사회의 모델을 실천해온 불교의 사고를 이어받지 못한 결과이다. 일제이후 미군정시에 한반도를미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블럭화 하기 위하여 그들의 사상과 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세뇌시킨 행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입신을 위해 맹목적으로 추종한 우리의 우민한 결과였다. 이러한 것은 당시의 사람들이 민족문화에 대한 장점을 보지 못한, 볼려고 조차 하지 않은 천박한 인식의 산물이었다.

미군정시 행정부의 자문위원이 다 미국의 대학과 신학대학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었기에, 그리고 신정부 수립시에 중요한 관직은 다 친미주의자들이었기에오늘날의 신세대까지 업보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들어온 기독교 종파들의 극단적이고 저돌적인 신앙행태가 우리의 전통사상과 문화를 말살하는데 그 첨병역할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민족적 비극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국민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식민문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서구의사상과 문화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전통사상과 전통적 교육이념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재검토하여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개혁안에 자·비·희·사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중심으로 국민과 더불어 한 불교적전통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생활윤리 교육으로 교육의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 자체가 중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귀중하다는 인식의 바탕이 확고하게 서야만 사회의 모든병리적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인간다운 인간을 양성하는데중점을 두어야 한다.


향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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