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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삶의 질

기자명 윤원철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삶의 질은 깨끗한 환경속에서 향상될 수 있다.

삶의 질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원동력은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는 명제로부터 나왔다. 그밖에도 민주화라든가 경제 정의, 또는 통일등의 명제도 중요했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에 쏟아 부은 추진력이 가장 컸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실제로그 면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우리가 그 동안 추구했고 성취한 경제 성장은 무엇보다도 우선 양적인 성장이었다. 절대 빈곤을 퇴치하려면 우선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했고, 그를 위해서는 공급의 양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 해서 양적 풍요를 위한 양적 성장의 명제가 빛을 잃는 일은 결코 없었다.다음에는 이른바 마이카시대에의 꿈이 경제 성장을 위한 추진력을 늦추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사람사는곳이면 어디나 자동차가 움직이며, 또는 선 채로 길과 골목을 메우고 있다.

다음엔 뭔가? 이젠 삶의 질이라는 구호가 제시되고 있다. 이 명제는그 `질'이라는 말때문에 얼핏 보면 양적 성장이라는 지금까지의 구호와는 다른 것인 듯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 보기 위해서 그 말의 용례들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면 금방 혼란에 빠지게 된다.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분명치 않은 것이다. 이는 마치 세계화라는 구호가 그 뜻이 그다지 확연치 않아서 혼란스러운 것과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의 질이라는 말과 가장 자주 결합해서 거론되는 것이 환경 문제라는 점이다. 깨끗한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 질 좋은 삶이라는 뜻이겠다. 그렇겠다 싶다.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삶의 질이라는 말속에 깔려 있는 의미 또 하나는 역시 양적 풍요의 향유이다. 삶의 질이라는 말을 쓸 때 보다 좋고 튼튼하고 편리하며 값싼 소비재를 마음껏 쓸수 있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떠올리지 않는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풍요로운 소비의 모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가를즐기는 생활이고, 여가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관광이요 여행이다.

그러니 혼란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왜냐? 풍요로운 소비 생활, 그를위한 산업화의 가속화, 그리고 주말이면 온 고속도로와 국도를 메우는자동차의 범람은 깨끗한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양립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라는 말은 비록 "질"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 속뜻은 역시 양적 풍요를 위해 계속 매진하자는 구호와 다르지 않으며, 거기에다가 슬그머니깨끗한 환경이라는 명제를 갖다 붙이는 것은 다분히 기만적이다.

진정으로 질 높은 삶이란 깨끗한 자연 환경은 물론이려니와 깨끗한사회환경, 즉 모든 부문에서 정의가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되고 그를 위한 법질서가 확립되는 그런 환경 속에서의 삶이다.

그런 깨끗한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을 가꾸기 위해서는 편리와 풍요보다는 절제와 검약을미덕으로 삼을 것이 우선전제되어야 한다. 편리와 풍요를 누려야만 만족하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좀 불편하고 덜 풍요롭더라도 깨끗한 자연과 사회 환경을 가꾸는 데에서 지금 이 곳, 이 나라에서 사는 데 대해만족해 하고 행복해 하며 자긍심을 느끼는 삶, 그런 것이 정말로 질 높은 삶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윤원철-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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