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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지를 위한 불교산책 13-맹귀우목(盲龜遇木)·침개상투(針芥相投)

기자명 박경준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인간의 생명은 참으로 희유한 것"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별 것이 아닐지 몰라도 일식과 월식, 특히 개기일·월식은 우리를 경이롭게 한다. 밤하늘 한 켠에 사선을 그으며 사라지는별똥별, 특히 지구 가까이서 밝은 빛을 내뿜으며 떨어지는 혜성의 모습은더없는 장관이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가히 `우주 쇼'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우주 쇼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 우주에는 약 1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약 2천억 개의별이 있다고 한다. 이 중 가을철 북쪽 밤하늘에서 북반구 사람들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외부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만 하더라도 지구와약1백10만 광년의 거리에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에서 약 1억80억 광년의 거리에 있는 은하까지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참고로 지구에서 달까지는1.3초, 태양까지는 8분 20초, 북극성까지는 4백광년임).

광년이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귀 반이나 도는 빛이 1년간 나아간 거리이니, 2백10만 년 전에안드로메다에서 출발한 빛을 이제야 우리는 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어림잡아 1백80억 광년의 우주라니 놀랍기만 하다.

이 광활한 우주 전체에서 보면 한낱 미세한 먼지 티끌에 불과한 지구. 그지구의 차가운 대지를 떠밀고 올라오는 푸른 새 싹, 바람의 리듬에 따라 춤추는 미류나무, 순박한 향기로 피어나는 들꽃, 흙 한 줌, 모래 한 알, 그리고 여기 이렇게 살아 숨쉬며 생각하는 우리. 그 무엇하나 우주 쇼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성과 욕망으로 일상의 고정관념에 물들어 있는우리는 존재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잃은 지 오래다. 게다가 이 시대의 도도한 정신사조인 과학정신은 유물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배태시켰고, 이 유물주의와 황금만능주의는 다시 도시화˙인구팽창 등의 현상과 상승작용을일으키면서 생명과 인명에 대한 경시풍조를 만연시켰다. 그리하여 인명경시풍조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문제와 범죄를 유발시키는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부처님은 일찍이 여러 가르침을 통해 우리에게 생명의 외경, 인간의 존엄을 일깨우신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맹귀우목(盲龜遇木)과 침개상투(針芥相投)는 특히 유명하다. 인간의 생명을 얻어 태어난다거나 불법(佛法)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이것은 마치 백 년에 한 번씩 바다 위로머리를 내미는 눈먼 거북이가 마침 망망한 바다를 표류하는 구멍 뚫린 널판지를 만나는 것처럼, 또는 땅 위에 가느다란 바늘 하나를 세워놓고 공중에서 겨자씨 하나를 떨어뜨려 바늘 끝에 꽂히게 하는 일처럼 어렵다는 것이부처님의 가르침이다.

한 남성의 정자와 한 여성의 난자가 결합하여 한 인간의 생명이 탄생되는 확률은 달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보다 더 낮다고 한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인간의 생명은 참으로 희유한 것이고 경외할 만한것이다.

불교란 결국 존재와 생명의 외경을 깨달아, 존재 상호 간의 원만한 관계를 이루어 나가고 아름답고 참되고 값진 인생을 일구어 나가는 길이라고 할것이다.


박경준/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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