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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차이야기-[16]허황옥이 차씨를 가져왔을까[2]

기자명 법보신문
언어학자 강길운 교수는 ‘가락’은 인도 토속어 드라비아어의 구어로서 물고기를 뜻하고, ‘가야’는 신드라비다어로 물고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언어학자 M. 크리핀저에 의하면 한국어 중에는 드라비다어에 뿌리를 둔 단어가 405개나 된다고 한다. 몇 가지만 보면 벼(禾)는 biya , 쌀(米)은 sal , 풀(草)은 pul, 메뚜기는 metti라고 한다.

김해에는 허황옥과 수로왕의 유적은 말할 것도 없고,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과 허황옥의 자녀들에 관한 기록과 유적,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장유화상이 기거했다는 ‘장유암’에는 장유화상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고, 김해에 장유치 고개도 있다.

초의스님이 《다신전》을 초록(抄錄)했고, 지금도 차 생산지로 유명한 지리산 ‘칠불암’ 현판기에는 장유화상을 보옥선사라고 되어 있으며, 누이동생을 데리고 바다를 건너왔고, 또 허황옥은 수로왕과 결혼을 했으며 자녀 10명에 관한 내용도 있다. 신라왕 석탈해의 며느리와 일본의 고대국가 야바다이의 여왕 히미꼬가 되었다는 2명의 딸에 관한 내용은 없다.

김해 지명 중에는 차(茶)자가 들어간 찻골(茶洞), 다전리(茶田里), 차호리(茶戶里), 다곡(茶谷) 등이 있는데, 이런 곳에는 대부분 차가 자생하고 있다. 1647년 세워진 허황옥의 능 비에는‘가락국 수로왕비 보주 태후 허씨릉’이라고 적혀 있다. 보주는 중국 삼국시대 촉의 땅으로서 주나라 때부터 송나라 때까지의 지명이었으며, 지금의 사천성 안악지방이라고 한다.

한양대학교 김병모 교수에 의하면 허황옥의 고향은 야유타가 아니라 중국 보주인데, BC 3세기경 허황옥의 가계는 야유타에서 보주로 옮겨 살았고, 허황옥도 그 가족과 함께 한(漢)나라의 세금 수탈에 시달리다 AD 48년 보주를 떠나 가락국으로 왔다는 것이다.

허황옥이 야유타와 보주 중에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인도 사람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허황옥이 인도인이라는 것은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그녀가 외국인이기 때문일까, 허황옥 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진 우리나라 역사 속의 여성도 드물 것이다.

허황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기록이 있다.《삼국유사》 권2 〈가락국기〉에 문무왕 즉위년 661년 3월, 문무왕은 자신이 수로왕의 16대 방손(傍孫)이므로, 수로왕의 묘를 종묘에 합조하고, 제사를 계속하라는 조칙을 내렸다. 그리고 수로왕의 17대 후손 갱세급간으로 하여금 왕위전을 관리하게 하고, 가락국의 제2대 거등왕 즉위년 제정된 세시에 따라 술, 단술, 밥, 차, 과일 등을 갖추어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문무왕 즉위년 661년에 차로 제사를 지냈다는 차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수로왕과 허황옥의 장남 거등왕의 즉위년 (199)에 제정된 세시에 따라 제사를 지냈다면, 제사에 진설한 음식도 그때와 같은 것을 올리지 않았을까, 199년 거등왕의 즉위년에 차가 있었다면, 허황옥 당시부터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해 곳곳에 차나무가 자생하고, 허황옥과 장유화상, 허황옥의 자녀들과 관계 있는 곳에는 거의 차가 있다. 지금의 야요디아는 인도의 차산지 아샘 지방과 얼마쯤의 거리에 있을까, 중국의 사천은 운남과 함께 세계적 학자들에 의해 세계 최초의 차의 발원지로 규정된 곳이라는 것도 떠올려본다.

허황옥의 출생지가 차의 생산지였거나, 또 가까웠다면 허황옥이 별진포에 도착할 때 ‘이루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이 가져온 물건 언어학자 강길운 교수는 ‘가락’은 인도토속어 드라비아어의 구어로써 물고기를 뜻하고, ‘가야’는 신드라비다어로 물고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에 차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차문화가 일본처럼 국민의 정신문화로 자리 잡지도 못했고, 중국만큼 산업화되지도 못했지만, 지금이 한반도 차 역사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발달한 시기라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AD 48년, 허황옥이 차씨를 가져왔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에는 많은 기록과 유적이 미련을 갖게 한다.


한국다도연구원 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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