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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토벌대장 고 차일혁 총경 공덕비 제막

기자명 김민경

6월 20일 화엄사 경내에

6·25전쟁 중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지리산의 호랑이'로 불리우며용맹을 떨쳤던 차일혁 총경(1920∼58년)의 공덕비가 그의 사후 40년만에 세워졌다. 지난 6월 20일 구례 화엄사 경내에서는 차일혁 총경의불심을 기리는 공덕비 제막식이 봉행됐다. 공덕비는 차총경이 전쟁 당시 화엄사를 비롯한 지리산 일대의 사찰을 소각하라는 군의 명령을 어겨가며 성보사찰을 지킨 것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당시 군(軍)은 화엄사, 천은사 등 지리산의 대소사찰들이 빨치산의은신처로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 선암지구 전투경찰 제2연대의 책임자이며 토벌대장이었던 차 총경에게 절들을 소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독실한 불자이며 민족문화 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차총경은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화엄사 각황전 문짝만 불태우고서는 명령을 이행했다고 보고했다. 차 총경의 아들 차길진씨는 아버지의 삶을소설화한 〈애정산맥〉(최근 〈눈물의 여왕〉으로 개정판 발행)에서아버지 차 총경이 이 사건으로 인해 명령불복종죄로 감봉처분을 받았다고 기술했다.

공덕비는 화엄사 경내, 연화당 바로 밑 넓은 공터에 세워졌다. 공덕비의 글은 시인 고은씨가 썼다. 고은씨는 `천하의 영봉 지리산을 생사의 터로 삼아 동족상잔의 피어린 원한을 풀어 그 본연으로 돌아감이옳거니. 여기 근본법륜 화엄사 청정도량에 한사람의 자취를 돌에 새겨기리도록 함이라…'며 고인의 음덕을 칭송하고 민족의 화합을 기원했다.

이날 공덕비 제막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 화엄사 주지종열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과 전남지방경찰청 박만순 차장 등 차 총경의 뒤를 잇는 경찰계 후배, 차 총경의 아들 차길진(조계종 포교사)씨등 3백여명이 참석, 고인을 기렸다.

한편 제막식에는 차 총경의 토벌군에 배속 돼 빨치산과의 전투전에참가했던 박석기(유엔협회 이사)씨가 참석, 차 총경의 면모를 전했다.박씨는 “당시 우리 부대원들에게 차 총경은 어떤 시련 속에서도 늘웃음을 잃지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강조했다”며 차 총경의 그러한 기개와 정신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대 사람들에게 훌륭한 귀감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총경은 전쟁이 끝난 후 충주경찰서장 등을 지내다 1958년 38세의나이로 금강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死因)은 아직 의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찰박물관 `구국 경찰'코너에는 지난 2월 차일혁 총경을 기념하는 전시실이 설치됐다. 기념관에는 차 총경이 화엄사를 지켜준데 대해서 효봉스님이 58년 5월에 쓴 친필 감사장과 그가 전장에서 쓴 일기,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을 사살한 과정을 기술한 보고서, 화랑무공 훈장을 포함한 5점의 훈장, 화장한 이현상의 유골을 빻는데 사용했다는 차 총경의 철모 등 50여점의 유품이 전시됐다.


구례=김민경 기자
mkkl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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