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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엄 초조는 자장 스님”

기자명 이재형

日 화엄학연구소 고지마 소장 주장

고지마 다이잔(小島岱山, 53·사진). 일본 화엄학연구소 소장인 그는 현재 일본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중견학자 중 한 명이다. 스님의 결혼이 일반화된 일본 불교계에서 그는 독신 승려 생활을 고수하며 학문과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東京大)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지난 95년에는 〈오대산계 화엄사상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동해 삼화사 주지 원행 스님의 초청으로 10월 4일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화엄학연구소란 어떤 곳인가?

동아시아 불교의 큰 틀은 화엄과 선의 결합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동아시아 불교사를 밝히려는 곳이 화엄학연구소다. 지난 86년도에 설립된 이곳 연구소는 종래 교학 중심의 화엄연구를 탈피해 실천과 수행 중심의 화엄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화엄학의 대가인 가마다 시게오 교수와 요시즈 요시히데 교수가 고문을 맡고 있는 화엄 전문 연구기관이다.


△중국 종남산 계통 화엄과 오대산 계통 화엄을 구별해 전혀 다른 화엄사상임을 주장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지엄, 의상, 법장 스님 등 종남산 계통 화엄사상은 수행과는 거리가 있는 이론적인 화엄사상이다. 그러나 영변, 해탈, 이통현으로 이어지는 오대산 화엄사상은 인도의 화엄과 중국의 선을 결합한 실천적이며 민중적인 사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의상 스님의 해동화엄초조라고 일컫고 있다. 그런데 자장 스님이 한국 화엄의 전래자이며 초조라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인가?

자장 스님은 643년 신라에 중국 오대산계 화엄을 전했다. 그리고 이 사상은 보조 지눌 등은 물론 근대 탄허 스님의 사상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오대산 화엄사상은 종남산계 화엄사상에 밀려 곧 묻히고 말았다. 여기에는 신라왕실의 정치적인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오대산 화엄과 간화선과의 관계는?

간화선은 오대산 화엄사상에 의해 이론적으로 확립될 수 있으며, 오대산 화엄사상은 간화선에 의해 비로소 깨달음을 위한 수행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화엄사상이 실천행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심·무분별의 선정삼매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실천’과 ‘수행’을 강조하는 것으로 안다. 이를 학문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현재 일본 불교학계는 실천수행적인 측면이 극히 미비하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학문연구 태도로써 실천 없는 학문은 유희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학문은 곧 자기 삶의 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양에서는 서양철학과 종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철학으로 불교를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무엇인가?

무아, 무소유, 연기의 법칙은 욕망 지향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상이다. 그것은 국가간 대립, 자연과의 상생, 인간사회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불교인들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아는 ‘소욕지족(小欲之足)’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루 일과를 보통 어떻게 보내는가?

새벽 4시에 일어나 참선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나머지 대부분 시간은 연구를 위해 할애한다. 또 한달 중 1주일은 수행·정진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집착을 버리고 대우주의 마음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용기와 웃음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왜 그런가?

용기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가 없다. 또 웃음은 생활 속에서 욕심을 버리게 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작은 일에 만족하고 웃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다.


동해 삼화사 =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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