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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방한 의미를 알자”

기자명 주민황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왜 달라이라마를 초청하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달라이라마가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정신적 지도자 중의 한 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의 주장처럼 달라이라마가 반드시 한국에 와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이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듣고 국민의 의식을 변화시킬 계기를 만들고자 시도한다는 점에 참다운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1세기가 한반도 중심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의식전환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반도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지도국이 아니라 세계의 농락을 당하는 중심지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럴수록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의 의식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위대한 종교지도자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더욱 나은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많은 단체들이 달라이라마의 한국방한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더 평화롭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람들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로 인해 한국국민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인류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티베트에서 정치권과 종교권의 최고 지도자가 된 것은 17세기의 제5대 달라이라마(1617∼1682) 때부터이다. 이후 역대 달라이라마들은 군림하는 종교지도자들이 아니라 자비심으로 대중을 포용하고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자들로서 사회를 이끌어왔다. 그런데 1950년 중국공산당은 티베트를 해방시킨다는 명목하에 티베트를 무력으로 침공했고, 종교 속에 행복하게 사는 민족에게 종교가 마약이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티베트인들에게 온갖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티베트에는 중국정부의 한족 이주정책으로 티베트인보다 한족들의 수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티베트인들과 티베트 전통문화는 영원히 티베트 땅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달라이라마는 이렇게 티베트가 직면한 어려움 속에서 티베트인들의 인권과 세계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인물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과연 티베트인과 달라이라마만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세계 각국이 서로에게 잠재적인 적으로서 위협하거나 당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가 핵을 보유해 서로를 위협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오히려 가장 현명하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전 인류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곧 달라이라마가 주장하는 비폭력과 자비와 평화의 길이기도 하다. 혹자는 비폭력주의를 나약하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이는 가장 강력하고 지혜로운 방법일 수 있다. 날뛰는 강도에게 칼을 버리게 하는 것은 경찰의 위협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과 눈물이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자비심을 기르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자 의무이고, 자비심만이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가르침은 한국인들에게도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 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정부는 중국의 압력을 강력히 거부해야 한다.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한국인들의 정신을 중국정부의 지배하에 맡기겠다는 사대주의이고 매국의 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강대국의 눈치만 살피며 국민의 지탄을 두려워 않는 정부는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설령 일부의 우려대로 달라이라마의 방한으로 인해 중국이 보복을 한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한국정부는 오히려 당당해 질 것이 아닌가.

달라이라마의 방한문제는 결국 문화적 자존심이냐 경제적 이득이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안이한 선택으로 인해 한국인들이 희망 없는 민족으로 자포자기하게 되거나, 국제적으로도 시시한 민족으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노벨 평화상을 탄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으로 세계의 인권문제와 평화를 위해서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주민황,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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