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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과 한국불교

기자명 이학종
김대중 대통령이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지난 6일의 발표는 우리(민족)와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보였던 노벨상을 한층 가깝게 만들어 준 낭보였습니다. 상 중의 상으로 일컬어지는 노벨 평화상을 노벨상 제정 100주년 되는 해에 우리 대통령이 받았다는 것은 사상과 지역, 정파를 넘어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이제 우리도 노벨상, 그것도 가장 값지다는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되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해외동포들도 김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후 한인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며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나의 조국이 코리아라는 점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지요. 그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우리나라 일간지도 내지 않은 호외(號外)까지 발행했겠습니까.

다 알다시피 노벨상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인정받는 평화상은 한 해 동안 전 세계 인류의 평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됩니다. 따라서 선정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으며, 마땅한 후보자가 없으면 수상자를 내지 않기도 하지요. 수상자를 내지 않은 것이 무려 열 여섯 번이나 될 정도로 수상자 선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로비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등의 해괴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참으로 딱한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되자 국내 언론, 특히 방송에서는 다투어 역대 평화상 수상자들을 특집으로 편성해 보도했습니다. 수상자들 중에는 루즈벨트나 빌란트, 고르바초프, 만델라, 아웅산 수지와 같은 정치인들도 많았지만,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의외로 종교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흑인의 인권개선을 주창하며 세계적 인권운동가로 명성을 날린 마틴 루터 킹 목사나, 티베트의 독립과 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달라이라마,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압제와 당당히 맞선 투투 주교 등 신부들, 그리고 인도 천민의 어머니로 모든 인류에게 봉사와 희생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준 테레사 수녀에 이르기까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종교지도자들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 찬사로도 미치지 못할 숭고함 그 자체였지요.

특집 보도를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의 종교계, 특히 불교계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한국불교계에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만한 스님이나 지도자가 있을까? 노벨 평화상을 받을 만큼의 복혜(福慧)를 갖추고 이를 왕성하게 실천함으로써 세계 인류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는 분은 계실까? 등의 자문(自問) 속에 한동안 뇌리가 어수선했지요. 그러나 결국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를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했구요.

어떻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록 그것이 세속적 잣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우리 한국불교계에 노벨상을 받을만한 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위인이 배출될 건강한 자양분은 갖춰져 있다고 보십니까? 김 대통령의 수상소식을 기뻐하는 한편으로 답답증을 느껴야 하는 것은 정녕 저 혼자만의 심경입니까?


편집부장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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