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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난 기획 가담자 이젠 말하라

기자명 서동석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80년의 5월을 피로 물들인 신군부세력은 계엄상황에서 최규하대통령을 앞에 세워놓고 자신들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전두환)라는 기구를 만들어 실질적인 국가통치를 담당했다.

국보위는 그 밑에 합동수사본부(본부장 노태우)를 설치했고 합수부 산하에 직속기구로 합수단(단장 김충우)를 두었으며 그 수평조직으로는 실무대책반을, 하위조직으로는 조정통제국, 수사1국, 수사2국, 수사3국, 수사5국 등으로 나뉜 수사체계를 갖췄다. 이 조직은 무력으로 찬탈한 권력을 유지 안정시키는데 있어 주요한 도구였다.

이들은 1961년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직후 자신들의 불법정권찬탈을 호도하기 위해 밟았던 일련의 과정을 답습했다. 부정축재자 처벌 및 재산 환수, 공직자 숙정, 폭력배 일제 소탕, 언론통폐합 등이 그것이었다. 청출어람이라든가, 박정희의 적자 전두환일당은 한술 더 떠 사회정화라는 미명하에 종교계, 그것도 유독 불교계에 마수를 뻗쳐 한국불교사최악의 법란을 일으켰다.

즉, 전두환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정치일정 한가운데 불교계 전면수사 일정이 겹쳐 있었다. 당시 합수단의 수평조직이었던 불교계정화실무대책반의 주요인물 전창렬(군법무관)은 88년 12월 26일 서울 구의동 영화사에서 있었던 10·27법난진상규명추진위(위원장 송월주스님) 간담회자리에서, ‘당시 10월 24일 정화대상자 명단이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헌법개정안을 공포하는 바로 그날 새벽을 ‘45계획’(불교계정화)의 시행시점으로 잡았다. 불교계의 비리나 문제보다 자신들의 권력장악일정에 따라 면밀하게 진행된 작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계인사는 신군부의 작전에 부하뇌동하여 엉뚱한 짓을 했다. 신도회 회장이라는 최재구는 법란 직후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원로스님이라는 분들이 나서서 불교 내분이 군부의 개입을 불렀다고 규정했다. 그리고는 군부가 만든 '정화중흥회의'의 사후조치에 따라 한국불교를 재편하는데 일조했다.

법란 이후 불교계는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지난한 민중불교운동의 투쟁 성과로 88년 12월 30일 당시 국무총리 강영훈 명의의 약간의 사과가 담긴 ‘10·27 불교계 수사사건에 관한 국무총리 담화’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불교계의 현안 가운데 불교방송국의 설립과 승가대학의 정규대학 인가를 받아 냈다. 그것으로 외형상 일단락을 지은 셈이다. 하지만 법란의 상흔이 완전히 씻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5공 청문회’에서 던진 심문사항에 대해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누구보다 법란의 내막을 잘 알고 있을 당시의 실무대책반에 몸 담았던 관계자들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 또한 유감이다.

그들에 의해 자신들이 한 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법란 기획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 전창열, 양근하 등등이 입을 열어야 한다. 또 법란 직후 예하부대에서 차출되어 실무대책반에 편입된 군법사들, 권오성(며칠 전인 2000년 9월 21일 암으로 작고), 최명준, 이봉춘, 송병욱 등등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꼬박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신군부에 의해 원장직을 뺏겼던 스님이 벌써 몇년전에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다시 역임했다. 무상한 것이 세월이라지만 지난 역사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제 20년을 넘기는 시점에서 그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서동석/전 민중불교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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