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말씀’ 사업은 준비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10여 전부터 지하철 선교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개신교측의 방해는 집요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그후 약 115곳에 달하는 지하철 역사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아름다운 글귀가 걸려 후원을 했던 모 종단이 업무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점차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자비의 말씀’사업을 시작한지 수개월만에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은 씁쓸함을 넘어 분노와 좌절감마저 일게 한다. 더구나 그 위기의 원인이 종단과 사찰들의 무관심이라니 할 말을 잃게 한다.
풍경소리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단체로 알려져 있다. 알다시피 종단협의회는 조계, 태고, 천태, 진각, 관음, 총지, 대한법화종 등 굴지의 종단이 소속된 명실상부한 불교계 최고대표기구이다. 이런 기구에서 뒷받침을 제대로 못해 지하철 포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자비의 말씀’을 운영하기 위해 드는 1개월 후원비 2만원을 낼 사찰이 없어 매달 400만원이나 적자가 쌓이고, 서울지방 철도청 소속 역사에 설치할 게시판 200개를 만들 돈 4,000만원이 없어 절절매고 있다는 현실은 불자들이 얼마나 포교에 무관심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자비의 말씀’은 공간 사용료를 서울지하철공사에 지불하지 않는다. 공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비의 말씀’ 크기의 광고물이 내야할 1년치 사용료는 최소한 150만원이라고 한다. 현재 설치돼 있거나 설치할 660개 ‘자비의 말씀’ 게시판을 사용료를 지불해가면서 운영하려면 매년 1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5,000만원의 운영비가 없어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입만 열면 포교요, 기회만 있으면 전법을 말하고 있는 그들이 정작 오늘날 가장 효과적인 포교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철 포교조차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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