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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체험

기자명 채한기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 번 호흡에 몸안 우주가 열린다

‘장작개비’직장 여성

유연한 몸 만들기 위해

뱀->물고기->메뚜기로


“저녁 공양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요가 시작 1시간 전에는 어떤 음식물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요가 수칙을 나는 깨고야 말았다. 30여 명의 수련생들과 함께 한국요가연수원 이태영 원장의 지도 아래 ‘등펴기 자세’로 몸을 풀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10분만 지나면 장 속 음식물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 단 한번의 저녁 공양 시간도 맞추지 못하다니….”

지난 2월과 3월 두 달간 나는 이곳 한국요가연수원(원장 이태영)에서 수련 한 바 있다. 하루 3시간씩 매주 5일을 수련했으니 시간만 놓고 보면 웬만한 직장인 6개월치를 한 셈이다. 솔직히 요가가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참선이라는 좋은 수행법이 있는데 꼭 요가를 해야할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인식 때문에 요가 인구 100만의 ‘요가 열풍’에도 호기심조차 발동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요가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몸이 아파서였다. 어느 정도 아팠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아침에 혼자 양말도 신기 어려웠다”고 답변하겠다. 3, 4일마다 발병하는 사지근육수축현상, 목(‘뻐근하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됨)과 어깨(‘결리다’라기 보다는 ‘굳는다’라고 보야야 맞겠다.) 그리고 허리 통증(‘쑤시다’라는 것과는 차원이 다름)과 그에 따른 수면장애 등 그 고통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기공명(MRI)과 척수 검사까지도 했지만 병명조차 찾을 수 없었다. 부처님 품 안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인지 나름대로 인복은 있었던 모양이다. 두 달간 휴직을 하게 되자 지인들이 요가를 적극 권해왔다. 요가 효험 여부는 둘째치고라도 ‘지푸라기’ 라도 잡아야 할 형편이었다.

‘등펴기 자세’에 이어 ‘뱀 자세’에 들어가자 30여 명의 수련생들이 길게 몸을 늘어뜨리고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든 뱀이 되었다. 목 뒤편과 어깨 그리고 허리에 ‘뻐근함’이 전해오지만 이내 풀리는 듯하다. 몸이 좀 뻣뻣한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하면 금방 유연한 몸매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뱀’에서 ‘물고기’를 거쳐 ‘메뚜기’로 변신해야 할 차례다. 엎드린 상태에서 두 다리와 하체를 쭉 펴며 하늘을 향해 드는 자세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누운 상태에서 두 다리를 들어 올려 배와 90도가 되도록 하는 자세(학교 다닐 때 벌칙으로 많이 받아 보았던 자세다)를 취하자 몸이 요동친다. 배와 허리가 심하게 진동하는 것이다. “요가 안 한 티가 나는군.” 이런 진동은 금방 사라지기에 자세를 풀지 않고 버텼다. 이 체위를 끝내자 트림이 나왔다. 역시 내공(?)이 조금은 있었던 모양이다.



날아갈 듯 가볍지만

수식관 중엔 잡념만 가득

“건강해야 수행한다” 통감


이젠 ‘물구나무 서기’를 할 차례다. 머리를 손으로 감싼 상태에서 머리를 바닥에 대고 거꾸로 서 있는 자세인데 쿤달리니 요가에서는 ‘역전 무드라’라고 불리는 체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이 자세는 요가 자세 중 건강에 가장 좋은 것으로 ‘체위의 왕’이라고 한다. 요가 경전에서는 매일 3시간씩 6개월을 수행하면 죽음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과장된 것이겠지만 그만큼 건강에 좋다는 것이니 문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다.
초보자들은 발을 벽에 대고 거꾸로 서지만 익숙해지면 발을 벽에서 뗄 수 있다. 거꾸로 선 지 3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쿵’하며 넘어지는 사람이 속출한다. “목이 심하게 아프거나 어지러운 사람은 무리하지 말고 내려오세요. 그러나 허리가 아픈 것은 참고 견뎌야 합니다.”

사실 나도 처음 이 ‘물구나무 서기’를 할 때 허리가 끊어지는 듯 했다. 발을 벽에 대고 했지만 단 3분도 견딜 수 없었다. 요가 시작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서야 통증을 느낄 수 없었고 발을 벽에서 뗄 수 있었다. 오늘은 아무런 통증도 없이 그저 편안할 뿐이다. 이미 바닥에 주저 앉은 사람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언제쯤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요? 금방 됩니다. 하하하”

‘비틀기’자세로 몸을 모두 푼 후 반가부좌 자세로 앉았다. 호흡을 할 차례다.

기다리던 순간이다. 지금까지의 몸풀기는 말 그대로 ‘몸풀기’일 뿐이다. “오늘도 그 시원함을 맛볼 수 있을까”. 사실 체위는 호흡을 하기 전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불과하다. 호흡 또한 명상을 하기 위한 전초전일 뿐이다. 그러나 명상의 세계는 멀기만 하다. 이른바 ‘고수’가 되지 않고는 그 명상의 세계를 알 수 없다. 그저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의 편안함 정도만 느낄 수 있을 뿐. 내가 기대하는 것은 호흡을 통한 몸의 변화다.

정뇌호흡과 풀무호흡을 할 때 수련생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복식호흡 조차 처음 해 보는 사람은 숨 한 번 내쉬기가 어려워 한숨만 쉰다. 호흡은 온데간데 없고 허리만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있다. 호흡 중 심한 몸의 진동을 느껴 ‘부르르’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 악’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지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수련생도 있다. 모두 요가 수준의 정도에 따른 현상들이다. 따라서 호흡은 반드시 호흡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로부터 배워야만 한다. 상기되면 오히려 병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무협영화 본 사람이라면 ‘주화입마’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상기되면 ‘주화입마’ 될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정뇌호흡을 마치고 풀무호흡을 시작했다. “5개월 전의 체험을 또 한 번 경험 할 수 있을까?” 약간의 몸 진동이 느껴 온다. 진동이 있다는 것은 호흡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것이고 약간의 진동은 그만큼 몸이 양호한 상태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시 숨을 뱉고 풀무호흡을 지속시키다 다시 숨을 멈췄다.

왼쪽 어깨 부근에 이상 현상이 오기 시작했다.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어깨 부근의 근육 속에서 아주 작은 그 무엇인가가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몸 속에서 노크를 하듯 ‘툭툭’친다. 잠시 후 ‘싸-한’, 그러니까 사이다를 마셨을 때 톡 쏘는 시원함이 어깨에 전해온다. 찰나의 시간이 좀더 이어지자 어깨 부근의 근육 속에서 무엇인가 샘솟는 듯 하다. 마치 샘물이 땅 속에서 지표면을 뚫고 방울방울 솟아나는 그런 현상이다. 그 현상은 바로 오른쪽 어깨로 전해졌다. 순간 목과 어깨 허리 전신이 시원해지더니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바로 그 때의 체험이 오늘도 찾아 온 것이다. 순간의 희열은 도저히 형언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를 한 번 돌려 봐!” 순간 다시 풀무호흡을 시작했다. 다시 숨을 멈췄다. 맨 아래 척추에서 어떤 알갱이 하나가 생긴 듯 하다. 이후 그 알갱이는 척추를 타고 ‘툭툭’치며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바로 이거야. 더 올라가야 해” 그러나 그 알갱이는 어깨 부근의 척추서 사라졌다. 아직 멀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5개월만에 느끼는 현상이기에 즐겁기만 했다.

호흡을 마친 후 명상에 들어갔다. 수련관이 침묵에 휩싸였다. 잠깐 주위를 보니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이다. 수식관을 해 보지만 역시 잡념만 무성하다. “출판 기사 써야 하는데 책도 아직 못 읽었으니 언제 다 읽지. 이번 주 머리기사는 뭘로 하나. 시골에 계신 아버님도 뵈어야 하는데.”

명상을 끝내고 다시 몸을 푼다. 요가의 마지막 단계다. 손을 5,6회 정도 비비니 손바닥이 후끈 달아오른다. “더 비비면 화상입겠는 걸.” 두 손을 눈가에 갖다 댔다. 따뜻하다. 한 여름의 더운 열기와는 확연히 다른 따듯함이다.

“오래간만에 연수원에서 요가해 보니 어때요?” 이 원장이 요가를 마친 후 인사를 건넨다. “호흡이 걸리더군요.” “음, 집에서 열심히 안 하시는군. 얼굴이 한 꺼플 더 벗어져야 하는데 아직도 벗지를 못했어요. 새벽에 호흡하세요. 몸이 건강해야 일도 하고 수행도 합니다.”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아플 때는 그토록 열심히 하던 호흡을 몸이 좀 나았다 싶으니 하루 20분도 채 안 하니 말이다.

집으로 향하면서도 이 원장의 당부가 다시금 생각난다. “그래, 몸이 건강해야 수행을 하지. 그게 참선이든 요가 수행이든….”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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