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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민규의 여름방학생활

기자명 한주영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개구리 - 풍뎅이 등 키우며 생명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

민규가 여름방학을 하자 고종사촌 형제가 놀러왔다. 아이들은 하루에 두 번 정도 물놀이를 하고 곤충 채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며칠 전 밤에 뜻밖에 하늘소 한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 왔다. 하늘소는 좀처럼 잡기 힘든 귀한 곤충이라 집도 독채를 주었다. 옆집에는 벌, 잠자리, 풍뎅이 등이 모여 있다. 처음엔 곤충을 잡아 통에 넣고 뚜껑을 닫는 바람에 메뚜기, 무당벌레 등이 모두 죽었다. 개구리도 잡아 통에 넣고 물을 부어 주었다. 곤충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두렵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곤충들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동안 자연과의 친화감이 커질 거라는 생각에서, 곤충 키우는 것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 과자 먹고 난 투명 통에 양파 망을 잘라서 덮어 주니 훌륭한 곤충집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죽이지 않고 잘 키우겠다는 다짐도 받아 두었다.

아이들은 곤충에 관한 책을 펴들고 관찰하기도 하고, 무엇을 먹는지 알아보는 등 매우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잠자리와 하늘소가 나란히 꼭대기 망에 거꾸로 메달려 있는 것이-자기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이- 신기한가 보다. 아이들은 잠자리와, 하늘소 중 누가 더 오래 매달리는 지 내기를 하였다. 그러나 민서가 잠자리를 쳐서 잠자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게임은 중단되고 말았다.

하늘소는 낮에는 자고, 밤에는 나무 진을 빨아먹는다. 민규는 나무진을 먹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가 설탕물을 먹으므로 하늘소도 설탕물을 먹을 거라며 설탕물을 타왔다. 나는 사과 껍질과 복숭아씨를 넣어 주었다.

남편은 하늘소를 어서 내보내주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키울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세 살짜리가 잠자리, 무당벌레, 하늘소 등을 아는 것도 신기하고, 아이들이 곤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예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결론은 쉽게 났다. 낮에 민규가 하늘소한테 물린 것이다. 설탕물을 갈아주려고 손을 넣었다가 하늘소한테 물렸는데, 손을 흔들어도 하늘소는 떨어지지가 않았다. 통 테두리에 손가락을 문질러 하늘소를 겨우 떼어놓고 보니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 그래서 하늘소를 내보내주는 걸로 쉽게 결론이 났다.

이번 여름 방학은 아이들이 자연을 더 사랑하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한주영/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

hjy3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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