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들의 난해한 질문들

기자명 변지회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토요일마다 나는 조계사 외국인 안내소에서 자원 봉사를 한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고, 외국 친구도 몇 명 있어서 외국인과의 대화가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런데 조계사에서 외국인과 이야기를 하면 도대체 할 말이 몇 마디 없다. 아는 바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5월의 어느 날, 독일에서 왔다는 턱수염 이 더부룩한 아저씨가 일본과 한국의 불교문화를 비교하면서 난해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나는 통역관 그 자체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외국에서 잠시 머물 때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낼 때면 그들에게 ‘도대체 너는 뉴스를 보는 인간이냐’, ‘이 글로벌 시대에 그 정도의 세계 정보와 상식을 가지고 사느냐’고 정면으로 싸워댔던 내가 한국 문화에 대해서, 문화의 80%를 차지한다는 불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6월에는 우리 회사의 아시아 매니저가 한국을 방문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나에게 한국과 중국, 일본 역사를 통합한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때도 나는 ‘I dont know’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는 화계사 국제선원장인 현각 스님이 법문을 하시는 도중 “애국가가 몇 년도에 만들어졌죠?”라고 질문하셨다. 자신있게 대답하는 청중이 아무도 없자 스님은 “다음부터 한국에 대한 질문이 생기면 나 자신한테 물어볼께요”라고 농담을 하셨다.

이런 일을 수차례 겪으면서 선불교의 중심지인 한국, 불교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한국에 대해서 내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내가 숨쉬고 살아가는 수행 터전 한국을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조금은 업데이트를 해야지 않을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조계사에서 봉사를 하다 보면 이방인들의 모습 속에 현재의 내 모습이 훨씬 또렷하게 드러나곤 한다. 역시 남을 위한 봉사란 없으며, 자신을 구하는 것에 비하면 남을 돕는 일은 정말 작은 수고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마다 하심(下心)하는 마음으로 안내소에서 우리 문화에 관한 여러 책들을 뒤적이고 있다. 조계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불자로서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한국 불교의 장구한 역사와 깊이를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변지회/조계사 외국인안내소

chbyun@netafim.co.kr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