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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차문화 공연을 다녀와서 ②

기자명 여연 스님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아리랑 물결로 하나된 민족

고향에 대한 교민 갈증 해소


중세 수도원 깊은 산림 속에 묻힌 공연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금방 체육대회를 마치고 땀으로 범벅된 그들 유럽 한인들, 조국이 무엇인지 민족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삼 십 년 세월을 살아온 입양아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국의 차와 어울림”에의 물결에 휩싸여갔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 34호로 지정된 전통무용 화조무, 재넘달밤 (새들이 꽃놀이와 물놀이 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맨손으로 추는 화사한 댕애기들의 만춤) 그리고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류의 보살춤을 현대에 맞게 재연한 작품으로 한국 여인의 자태와 몸짓을 아름답게 표현한 연기에서는 브라보 코리아!의 함성의 울림으로 마치 어린 시절 시골 장터 가면무대 같은 환희를 안겨 주었다.

연이어 한국의 청초한 가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코발트 빛 하늘, 은하의 물을 들인 쪽빛 치마와 여름날 목화송이 부푸는 그리움으로 번지는 하얀 무명 저고리를 차려 입고 손님을 맞이하여 차 한잔 올리는 접빈다례 그 공연에서는 수십 년 세월을 녹아 내리는 그 방황하고 허우적대던 생의 외줄에서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는 어머니! 꿈에도 그리던 어머님의 그 소리들의 흐느낌이 찬란하게 번졌다.



가야금 병창, 산조를 타면서 부르는 노래, 진도 아리랑에서는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일어나 함께 얼싸 안고 목청 터져라 한민족의 얼을 그 혼을 연소시켰다.
민족이 무엇인가.

왜 우리는 하나의 핏줄에 그토록 목말라 하고 모두 시비를 유무를 긍정과 부정을 객관과 주관을 사상과 이념을 팽개친 채 한 덩어리로 녹아 내는 것일까.수없이 엉크러진 매듭을 풀고 이렇게 하나가 되다가도 우리의 일상의 삶 속에서 늘 그토록
많은 시비와 유무와 사상과 이념의 노예 속으로 민족의 해방을 자기 존재를 결박시키고 마는 걸까.

작년 월드컵 경기 속에서 가졌던 하나의 물결, 그 함성의 동질성, 민족 정체성을
우리는 왜 오래 묶어내지 못하고 쉽게 달구어진 냄비처럼 일찍 식혀버리고 마는 것이었을까.쉽게 달구어 순식간에 식어 버리는 일체감이 진정 우리 민족의 한계인 것인가. 그런 생각의 미망에서 언뜻 깨어난 공연장은 우리 민족 삶의 애환이 깃든 아리랑의 물결로 번지며 잠시 생의 어지럼증을 잊게 했다.

언제나 우리는 남북의 이데올로기에 지역 감정의 이기주의에 사슬처럼 얽힌 혈연의 맹목주의에 겹겹의 장막으로 쌓인 학연의 독버섯에 헤어나 이처럼 하나가 되는 생의 목마름으로 통일을 이룰 수가 있을까. 공연이 끝나고 밤새도록 호텔의 로비에서 많은 유럽 한인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스물 세살 꽃다운 나이에 독일 에센의 간호원으로 나와 30년 세월을 살면서 결혼도 하고 애들도 기르고 어느 것 하나 부러운 것이 없는데도 그들 가슴 한구석은 텅 빈 공허의 체증을 앓아온다는 것이다.

채워도 채워도 모자라는 가슴의 공허. 내일 모레 환갑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니 그것은 조국의 고향, 그 한없는 그리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35년 전 젊음의 꿈을 불사르며 광부로 와서 스페인에 삶을 꾸리고 있다는 어느 교민의 되뇌임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그렇다. 불교가 펼칠 세상은 중중무진 화엄의 바다다. 이제 우리는 코리아의 좁은 반도의 울타리에서의 중생 구도가 아닌 더 넓은 화엄의 바다로 사랑의 장을 펼쳐야 할 때이다.

불교가 안고 있는 법의 파노라마 수없는 황금의 씨앗을 싣고 그 도깨비 방망이보다 더 신통한 방편 바라밀을 펼쳐 일생의 그리움, 그 공허의 갈증을 앓고 있는 고향 떠난 사람들에게 세계의 입양아들에게 땅의 고향이 아닌 존재의 고향을 찾아 잃어버린 진아를 찾아 주어야겠다.

잃어버린 존재의 한국, 그 보물섬에 우리들 불법의 나무를 심어 싱싱한 영혼의 산소를 더 넓은 우주로 보내자. 〈끝〉




여연 스님/일지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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